일년에 몇번 춘천에 간다. 그 곳에서 문학공부를 하여 내겐 또 다른 고향 같은 느낌이 든다. 갈 때마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고 온다. 스무 살에 춘천에 처음 갔을 때 그곳 명동거리에 죽 늘어서 있는 닭갈비집을 보곤 저 혼자 ‘계륵의 고사’를 아는 양 ‘그게 뭐 먹을 게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갈 때마다 찾는다.
막국수 역시 처음 보았을 때, 그 이름이 ‘막국수’라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국수 면발은 옛날에 밀보다 헐했던 메밀로 마구 만든 것일지 몰라도 그 위에 얹은 고명과 양념은 지단과 실고추, 거기에 계란 반쪽, 한 숟가락의 들깨, 한 장 분량의 김 부심, 소고기 몇 점, 채처럼 썬 배 등 도저히 그것을 ‘막국수’라고 부를 수 없는 궁중음식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객지에 나가 자면서 저녁에 술 한잔 아니 할 수 없다. 소양강 아래로 가 그곳의 차고 깊은 물에서 막 잡아온 빙어를 안주로 소주 한잔 하고 나면 저절로 도시의 묵은 때가 씻긴다. 그래도 아침엔 일찍 잠에서 깨어야 한다. 그래야 강에서 피어올라 시가지로 진주해오는 그 유명한 춘천 안개의 도시 점령 광경을 지켜볼 수가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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