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엔 당신의 공간을 이국적인 리조트로 탈바꿈시켜 보자. 일상의 스트레스라고는 손톱만큼도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하고 환상적인 휴식과 도피를 위한 공간. 블랙앤화이트의 모던한 그래픽 패턴이 바닥을 덮고 술탄의 침실을 장식한 금술 달린 쿠션에 유혹적인 황금색 커튼이 드리워져도 좋다. 명심해야 할 단어는 딱 두 가지, 아르데코(Art-deco)와 엑조티시즘(Exoticism·이국정서). 2005년 인테리어 트렌드를 집약한 용어들이다.
전쟁과 테러, 거대한 자연재해로 얼룩진 21세기 첫 몇 년을 보낸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자신만의 방으로 숨어 드는 한편 공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이중적인 욕구를 갖고있다. 웰빙 트렌드와 맞물린 이런 욕구는 공간꾸밈에서 복잡한 현실이 아닌 먼 이국의 평화로운 환상공간을 추구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LG화학 디자인연구소 이윤희 과장은 "불황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감에서 도피하려는 심리가 실내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돼 보다 장식적이면서 이국적이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면서 마치 긴 세월을 한 공간에 압축시켜놓은 듯한 꾸밈이 주목 받고있다"고 말했다.
이런 다중적인 느낌의 인테리어 트렌드는 크게 아르데코와 엑조티시즘으로 구분된다. 아르데코는 1910년부터 1930년대까지 유행한 장식예술사조로 동양적 색상과 기하학적 무늬, 유동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대리석이나 자개, 지브라 무늬 모피 등 다채로운 소재와 직선과 곡선의 교차, 평면적이고 단순한 꽃 문양과 바둑판 무늬의 세련된 결합 등이 대표적인 아르데코 스타일로 분류된다.
엑조티시즘은 말 그대로 이국적인 경험에 대한 매혹과 동경을 자연주의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들을 총칭한다. 1990년대 말부터 인기를 끌었던 깔끔한 미니멀리즘의 대명사 젠스타일이나 차이나풍으로 대변되던 동양무드 인테리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제 3세계, 특히 중동지방의 관능적인 이미지를 살려내는 것이 포인트다. 자카드 직조기로 문양을 넣어 조밀하게 짠 능직천 다마스크 소재의 커튼이나 가구덮개, 페이즐리와 아가일 무늬, 반짝이는 비즈와 금술장식 등이 이국적인 무드를 살리는 소재로 애용된다.
아르데코와 엑조티시즘을 구현하기 위해 바닥재나 벽지를 갈아치울 필요는 없다. 이윤희 과장은 "인테리어 트렌드도 유행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만큼 일반 가정에서는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선에서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르데코 스타일 연출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작은 가구와 장식 쿠션, 러그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블랙앤화이트의 바둑판 무늬 러그나 테이블 보는 가장 손쉽게 아르데코 풍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 이 위에 강렬한 빨강이나 지중해 물빛 파란색(메디터레이니언 블루)의 단순한 도안화가 든 화병, 모형 진주로 장식한 유럽 스타일 탁자조명 등을 하나 얹으면 세련된 멋을 더할 수 있다.
엑조티시즘을 위해서는 포인트 벽지를 활용한다. 중동의 할렘풍 무늬가 든 벽지를 한쪽 벽에만 붙여서 분위기를 내는 것. 특히 황금색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므로 벽지는 물론 침장류에도 다채롭게 활용해볼 만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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