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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어느 버스기사의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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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어느 버스기사의 친절

입력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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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덜렁대고 성격이 급한 나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서 가급적이면 시계를 차지 않고 결혼반지도 집에 두고 다닌다. 수없이 많은 물건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가족들도 늘 걱정을 하고 있다.

며칠 전 휴대전화를 버스에 놓고 내린 적이 있었다. 출근 버스에서 내려서 급하게 직장으로 달려가는데 어쩐지 호주머니가 허전한 것이 무엇인가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어 뒤져보니 휴대폰이 없었다.

큰일이다 싶어 부랴부랴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분과 통화를 한 끝에 버스가 직장 근처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기사분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서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을 한 끝에 따뜻한 캔 커피를 사 드리기로 했다.

얼마 후에 버스는 약속한 장소에 나타났고, 기사분한테 전화를 건네받으면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캔 커피를 드렸다. 그 분은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하시면서 껄껄 웃었다. 배려를 해 주신 기사님이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불과 며칠 후 조회가 있어서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버스에 또 휴대전화를 놓고 내렸다. 며칠 전의 경험을 거울 삼아 휴대전화만큼은 꼭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노라고 결심을 했는데 깜빡 잊고 외투 바깥 주머니에 넣었다가 똑 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속으로 큰 걱정을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기사님의 도움으로 휴대전화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 번처럼 캔 커피 하나를 드리고 돌아서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했지만 한편으로는 귀찮은 일인데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신 두 분 버스 기사의 친절이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 분들과 같이 친절을 베풀어서 훈훈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hk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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