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변했나, 안 변했나." 요즘 언론이나 정치권이 자주 던지는 물음이다. 변화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먼저 알아봐야 할 일은 정말 변했느냐 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조차 알기가 쉽지 않지만, 노 대통령의 생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삽화들은 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파동으로 세상이 시끄럽던 9일 저녁. 일요일인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는 조촐한 만찬이 있었다. 참석자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이헌재 경제부총리 부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부부였다. 이 만찬은 원래 조용한 자리로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이해찬 총리 부부와 김우식 비서실장 부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동지격인 이 총리, 청와대 식구인 두 실장을 부르면서 이 부총리를 초대한 것은 식구의 일원으로 대접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부총리 파문이 너무 컸고, 이 총리와 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 오찬에 참석했기 때문에 저녁 모임에 빠지면서 ’이헌재 힘 실어주기’는 부각될 수 없게 됐다.
지난 연말 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해외 순방의 소회를 털어놓은 자리. 여러 얘기들 중 "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언론에 시달린다고 하더라" 는 언급은 고정 관념을 꿰뚫기에 충분했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재선에 미련이 없다" 고 말했다고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참석자들은 " 노 대통령이 권력의 숙명을 이해하게 됐구나" 라는 느낌을 가졌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더 많은 노력을 요구 받고 아무리 잘해도 언론의 비판을 받는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삽화를 보면 노 대통령의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주변에서 경제, 실용주의,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것일까. 그런 질문을 하면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웃는다. 본질은 그대로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작년 말 한 경제관련 회의의 장면. 노 대통령은 " 이헌재 부총리가 개혁을 말하고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시장을 강조하면 어떠냐" 고 말했다고 한다. 역할 바꾸기로 갈등설을 잠재우라는 권고였다. 노 대통령이 이런 권고를 할 정도로 폭이 넓어졌다면 긍정적이다. 그가 척박한 삶에서 체득한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해도, 민심을 읽고 세상을 희망차게 하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이면 된다.
정치부 부장대우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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