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위의 고가 유명 의약품을 본 뜬 가짜약들이 대거 불법제조·유통되고 있어 환자들의 치명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가짜 약들은 효과가 없는 반면, 외형적으로 진짜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유통·투약단계에서 가려낼 수 없는데도 아무런 방지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가짜약 잇단 제조·유통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3일 한국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 위조제품 190병(시가 5,000여만원)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짜약은 최근 모 의약품도매상을 통해 서울 중랑구 일대 약국 30여곳에 공급된 뒤 상당수가 환자들에게 팔려나갔다. 20일 이 약을 구입한 고혈압환자 최모(55)씨는 "그 전에 먹던 약과 달리 혈압이 전혀 떨어지지 않아 큰 일이 날 뻔했다"며 "혀에서 녹는 속도도 전과 달라 당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제조번호가 339004390, 제조일자가 2004년 7월20일로 각각 표기된 노바스크 위조제품은 알약에 새겨진 화이자(Pfizer)로고의 P자 이음새가 약간 끊어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형적으로 구별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 약은 전분 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나 복용 시 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환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인천경찰청은 11일 글락스미스클라인사의 위궤양치료제 잔탁을 모방한 가짜약 90여만정을 불법 제조한 권모씨를 검거, 시중유통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의약품 불법제조업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유명 진통제인 타이레놀의 타정기계(알약에 이름을 새기는 기계)도 발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황상 시중유통이 되기 직전 단계에서 적발된 걸로 판단되나 주범을 잡아 봐야 알 수 있다"며 "모양은 진짜약과 똑같지만 약효는 없다"고 말했다.
가짜약 왜 나도나 공구상가나 인쇄업자를 통해 타정기계나 약포장지 제작이 쉽게 이루어지지만 이들 업체들에 대한 관리가 쉽지 않다. 더욱이 2000년 들어 시설기준이 없어지면서 약 도매상들이 난립, 불법제조업자들의 유통망 역할을 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노바스크 가짜약도 도매상이 불법제조업자로부터 시가보다 30% 싸게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없으면 대형 약화사고가 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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