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최근 방북한 미 하원의원들에게 재차 북한의 핵 보유사실을 주장한 것은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조만간 열릴 6자회담에서 북한의 협상 전략이 종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김 부상의 발언이 기존 북한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어서 그리 충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간 북한의 핵 무기 보유발언이 북미간 대결이 고조될 때마다 나왔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은 2003년 10월 외무성 발표를 통해 "재처리로 얻어진 플루토늄을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용도를 변경시켰다"면서 처음으로 핵 무기 보유를 언급했다. 이어 2004년 1월 미국 방문단의 영변 핵 시설 방문을 허락하면서 "미국은 우리로 하여금 핵 억제력을 마련하도록 했는데 우리는 이것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밝혔다.이후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과 9월 유엔총회에서도 북한은 핵 무기 보유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말하는 ‘핵 억제력’에 대해 핵무기로부터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 또는 핵무기 제조 기술 및 제조능력, 핵탄두를 실어나르는 운반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선언 카드를 꺼내 들었음을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부상이 2기 부시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방북한 미 의원들에게 한 이번 발언에는 계산된 의도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조만간 열릴 6자 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북한으로서도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핵 무기를 방어용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영원히 보유할 생각이 없다’는 김 부상의 발언에는 미국이 해결 의지를 내비친다면 적극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김 부상의 발언은 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핵무기 보유사실을 기정사실화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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