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중 독일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끔찍했다. 수 백만 명이 죽었다. 이스라엘 작가 우리 오를레브(74)도 그때 부모를 잃었다.
그가 쓴 청소년 소설 ‘스룰릭’의 주인공인 여덟 살 소년 스룰릭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실존인물의 경험담을 듣고 자신의 체험을 보태어 쓴 이 작품은 고통과 슬픔을 고함 치거나 비명 지르지 않고, 담담하게 말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문장은 가장 어둡고 괴로운 장면에서조차 짧고 간결해서 더욱 울림이 크다. 작가는 스룰릭 뿐 아니라 전쟁기간 보통 사람들의 갖가지 모습, 예컨대 따스한 인정과 맹목적인 편견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줄거리는 스룰릭의 눈물겨운 생존투쟁이자 성장기이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이름은 잊어버리되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라’는 아빠의 당부를 가슴에 새긴 채 떠도는 스룰릭은 슬퍼할 겨를도 없다.
독일군에 쫒기고 심지어 한 팔을 잃는 고난 속에서도 스룰릭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살기 위해 가톨릭을 믿는 폴란드인 행세를 하던 스룰릭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 한 아줌마의 따뜻한 손길이 스룰릭의 마음에 스며들면서 비로소 터지는 눈물과 함께 자신의 이름과 뿌리와 기억을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독자의 가슴 깊숙이 그 눈물이 떨어진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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