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정책팀 진용
부시 2기 정권은 백악관이 경제를 직접 챙기면서 내정에서의 업적 남기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수석고문이 경제정책의 기획·입안을 맡고 딕 체니 부통령이 실행을 위한 의회 담당 특사와 사실상의 재무장관역을 맡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연금제도 일부 민영화, 소득세제 간소화 등 미국의 경제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한다는 정권 2기 공약을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부시 2기 경제정책의 슬로건은 ‘오너십 소사이어티(소유자를 위한 사회)’이다. 기업의 주주, 연금·의료보험 가입자, 주택 구입자 등 경제에 기여하는 주체들의 이익과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에 자기책임도 지운다는 노선이다. 예를 榕?미래 자금고갈이 우려되는 사회보장의 중심인 연금의 경우 각자가 개인구좌를 만들어 자기가 자산운용을 하도록 한다는 식이다.
이라크 전비 등 집권 1기의 방만한 재정지출에다 여전히 불안정성이 남아있는 경기로 부풀어오른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다. 그러나 오너십 소사이어티는 빈곤층의 희생을 부르고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백악관의 경제 주도는 전망이 불투명한 이라크 문제 등 폭탄이나 다름없는 외교·안보를 여차하면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떠맡겨 부시 대통령에게서 떼어내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해 정책실현 환경이 좋은 경제공약에서 점수를 따려는 복선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과거 많은 미국의 연임 대통령들은 공약 만큼의 실적을 남기지 못했다"며 "부시도 이라크의 대규모 내전 발발, 달러화와 채권시장 폭락 등의 사태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공화당 지지층을 다지고 의회나 산업계의 의향을 반영하면서 현실적인 착지점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 취임식 이모저모
20일 낮 11시58분 취임식장에 들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감격스러운 듯 눈가에 물기를 띠었다. 하지만 그는 금세 강인하면서도 침착한 태도를 되찾았다.그리고 정각 12시 왼손을 성경에 얹은 채 오른손을 든 부시 대통령은 올해 80세인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선창에 따라 당당하게 취임 서약을 했다. 축하 연주와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졌다.
그는 17분에 걸친 취임연설에서 자유를 의미하는 ‘Freedom’과 ‘Liberty’를 각각 27번과 15번, ‘자유로운(Free)’이라는 단어를 7번 사용하며 ‘자유의 확산’을 강조했다. 타도대상인 ‘폭정(Tyranny)’이라는 용어도 무려 6번이나 동원됐다. 부시 대통령은 또 ‘나(I)’,‘나의(My)’라는 용어 대신에 ‘우리(We)’, ‘우리의(Our)’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연설문은 21차례나 수정된 끝에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이 홈런을 쳤거나, 딸이 ‘올A’를 받고 돌아왔을 때와 같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존 애덤스와 퀸시 애덤스 대통령에 이은 2번째 부자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인 제나와 바버라는 할아버지 부시가 취임할 때 7세였으나 아버지 부시가 처음 취임할 때는 19세, 이번에는 23세가 됐다.
전날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도색된 워싱턴에는 이날 10여만 명의 축하객이 몰려들어 ‘화이트 취임식’과 퍼레이드, 무도회 등 각종 취임행사에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이후 21일 새벽 1시까지 워싱턴 컨벤션센터와 유니언 스테이션 등 14곳에서 열린 무도회장을 분주히 돌며 부인 로라 여사와의 춤을 선보였다.
하지만 ‘다시 하나가 되자’는 정치권의 호소에도 불구, 행사장 주변에는 "4년 더"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구호와 ‘전범 부시’ 등 피켓을 들고 성조기를 불태우는 반대자들의 시위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특히 500여명의 시위대는 관을 상징하는 마분지 상자를 들고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 패한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의 대변인을 지낸 데브라 디숑은 "오늘 취임식이 열리는 줄 알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케리 의원을 포함한 많은 민주당원들은 이날 취임식에 참석했지만 케리 지지자 및 참모 상당수는 지난 주 카르브해로 여행을 떠났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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