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해경 경비함과 초계기가 휴전 이후 최초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수역에 들어가 침몰 화물선 선원의 구조작업을 벌였다. 해난 구조라는 인도적 사유이긴 하지만 무장 경비함과 초계기의 진입을 선뜻 허용한 북한의 자세는 신선한 놀라움을 던졌다.
해경은 통일부를 통해 경비함 등의 진입을 북한에 요청했고, 북한은 3시간 20분 만에 이를 수락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대응이 평소에 비해 상당히 신속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민간 선박도 아닌, 중무장한 사실상의 군함에 대한 것인 데다 "최대한의 편의 제공" 약속까지 있었기에 그 상징성이 더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서서히 진척돼 온 남북 화해협력의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남 자세에서 가장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온 북한 군부가 열쇠를 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한 선박이 북한 수역에서 조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해 12월에 만들어진 해경의 ‘북한 수역 내 민간선박 조난 대응 매뉴얼’이 적용된 것도 처음이다. 이번 사고는 북한 영해 밖,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상선이나 군함은 사전통고만으로 EEZ에 들어갈 수 있지만 남북은 1992년 발효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사전 허락을 얻어야 상대방 ‘관리수역’에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이번과 같은 요청·허락 절차가 남북관계의 관행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보다 재빠른 구조 활동을 보장할 새로운 틀을 짜려는 노력을 주문하고 싶다.
한편 북한의 협조에 가려졌지만 정부 당국의 사고 대응은 이번에도 그리 기민하지 못했다. 20일 오전 6시32분께 조난신호가 들어왔지만 해경은 9시가 다 돼서야 통일부에 연락했다. 경비함 삼봉호의 출항과 통일부의 대북 요청은 10시에 이뤄졌다. 조난 구조가 분초를 다투는 만큼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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