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에서 작성한 정상급 연예인들에 관한 신상보고서 유출을 계기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여론의 심각한 관심을 끌고있다. 국내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7~8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이버 인권침해는 은밀한 개인정보의 유출에서부터 얼굴을 감춘 인신공격, 사이버 스토킹과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태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사이버 인권침해의 효시로 꼽히는 ‘O양 비디오’ 사건을 비롯, ‘가수 B양 동영상’ 사건 등은 초고속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과 맞물려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당시 동영상의 주인공들은 유명연예인으로 자신들의 명예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와 오점을 남겼고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아 연예계활동을 거의 접어버렸다.
이번 ‘연예가 X파일’은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프리젠테이션에 이용되는 이른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어 네티즌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더욱이 이번에는 O양과 B양 때와는 달리 100명이 넘는 연예인들의 명단과 그들의 사적인 생활에 대한 집단적인 기록이 폭로된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연예인들이 사이버상에서 인권침해를 받은 경우는 수없이 많다. 유명 연예인으?마약복용혐의를 받았던 H양도 명예훼손 문제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H양은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포승줄에 수갑을 차고 죄수복을 입은 모습인 히로뽕 관련 패러디 관련 사진게재를 방치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H씨는 결국 자신이 수의를 입고 있는 사진을 유포한 공무원과 국가에 승소, 배상을 받기도 했다. 개성 있는 언행으로 인터넷 상에서 늘 ‘안티’들을 몰고 다녔던 유명 댄스그룹 출신의 한 가수의 경우 플래시를 이용한 패러디 동영상이 제작돼 명예훼손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또 2003년에는 탤런트 변정수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허위 사실이 인터넷에 올랐고 최진실씨도 엉뚱한 소문이 인터넷에 떠돌아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지난해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열린 우리당 홈페이지에 올린 한 경찰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또 경찰내 인사관행과 인사담당자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경찰관이 명예훼손 혐의로 파면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는 중앙일간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경사에서 경위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1,000만원, 경위에서 경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2,000만원의 청탁비용이 든다"는 내용을 게재한 것이다.
이처럼 사이버 인권침해의 표적은 사생활이 공개되기 쉬운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로그가 일반화되고 자신의 소소한 일상 생활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인권침해 범죄도 차츰 늘어가는 추세다. 개인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여성 이용자들의 사진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신종 ‘파파라치’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수집된 일반인들의 수영복 사진 등이 본인도 모르는 새 익명의 이용자들에게 유통되기도 했다.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인권침해와 성폭력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지난 해 5월에는 경기 수원에서 헤어진 애인을 협박하기 위해 과거에 찍어둔 성관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자가 성폭력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에는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의 담임선생님을 욕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 물의를 빚고 있다.
전성철기자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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