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수익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가계는 극심한 소득 정체에 허덕이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성장 양극화 현상이다. ‘고용 없는 성장’ ‘투자 없는 성장’ ‘저금리 고착화’ 등 경제구조의 변화가 기업부문의 호황이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와 기업의 성장 양극화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기업부문의 소득은 연평균 18.9% 상승한 반면, 개인부문의 소득은 매년 2.4%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1980년대에는 개인부문 소득증가율이 10.6%로 기업소득(영업이익과 유사) 증가율(7.8%)을 크게 앞섰고, 외환위기 이전인 90~96년 역시 개인(7.0%)이 기업(6.5%)을 다소 능가했다.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빼고 가계와 기업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은 개인의 경우 9.9%(80년대)→6.6%(90~96년)→0.3%(2000~2003년) 등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기업의 경우 80년대와 90년대 각각 6.1%, 4.3%에 그쳤으나,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62.6%의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성장 양극화의 원인으로 우선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고용유발 효과가 현저히 낮아지고, 기업들이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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