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 요청을 고사했다.
이 회장은 20일 강신호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 8명이 삼성의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을 방문, 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자리에서 "재고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대해 직접 의사를 밝히기는 처음이다.
이 회장은 "삼성으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세계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때여서 해외에 나가 할 일이 많아 전경련 회장과 삼성 회장 둘 다 제대로 못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1~2년 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요청이 거듭되자 "대기업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분명히 있다"며 "(회장직을 맡는 것이) 다른 전경련 회원사들에게 좋은 결과가 될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지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경련 회장단이 강권하다시피 이 회장에게 얘기를 했고, 이 회장도 말미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전경련으로서는 2월 중순까지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이 회장의 결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신중 검토 발언은 재계 원로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추대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전경련은 내달 23일 총회 때까지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혼선을 거듭할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이 회장 방문에는 전경련에서 강 회장과 현 부회장을 비롯, 송인상 효성 고문, 김준성 이수화학 명예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현재현 동양 명예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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