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신상정보를 담은 ‘연예인 X파일’ 등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데는 네티즌들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파일들에 대한 무차별적 유포행위가 법적인 측면에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이버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네티즌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파일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중적인 집단 마취’ 상황으로 규정하면서 네티즌들도 사이버 공간에서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예인의 신상정보를 담은 보고서가 퍼진 20일 포털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 일부 네티즌들은 인권 침해적인 글들을 서슴지 않고 올려 놨다. ID가 ‘rlathdsha’인 네티즌은 "연예인은 사회적 공인이므로 잘못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매장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ID가 ‘devilsclub’은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 유포가 인권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다른 연예인 1,500명에 대한 자료도 있다는 데 그것도 봤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예인의 신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ID가 ‘choiwj21c’인 네티즌은 "H모는 원래 술집여자 느낌이 많이 나서 그런 줄 알고 있었고, C모는 성격이 나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조금 약하게 써 있는 듯 하다"고 소감을 밝혔고 ID ‘qtkaram2’는 "이○○, 박○○, 손○○는 솔직히 충격이었다"는 글을 올려놓았다.
20일 현재에도 인터넷 상에서 ‘연예인 X파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태. 파일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가 적힌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심지어 "제 이메일 ○○○으로 보내달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또 파일 유포의 ‘주범’인 P2P 프로그램에 100여개의 파일들이 여전히 ‘연예인 X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어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정보 수용자들이 주관적인 내용을 객관적 사실로 믿어버리는 집단 마취상태에 빠진 경향마저도 있다"고 말했다. 오원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역기능예방팀장은 "네티즌들의 윤리의식 부족 탓"이라며 "자신의 정보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정보를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의 김재목 과장은 "사이버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의 빈발은 정보 인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통신기술의 발달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라며 "네티즌들 스스로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예절을 지키려 노력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