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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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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

입력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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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멀미를 아주 심하게 한다.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두 시간 이상 타는 게 겁이 날 정도이다. 장거리 여행 경우 승용차의 운전석 옆 자리에 앉아서도 멀미 걱정을 하는, 조금 덜 떨어진 어른이다.

가장 심했던 시절은 스물 살 안팎으로 그때는 비위까지 약해 마시는 멀미약조차 먹지 못했다. 그걸 입에 대기만 하면 뱃속의 것이 먼저 입 밖으로 나오곤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이 기차여행은 멀미를 하지 않아, 강릉에서 서울까지 세 시간 반이면 도착할 버스 대신 열 한 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곤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어느날, 먹는 멀미약이 아니라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이 나왔다. 내가 그것을 처음 본 것은 북한에서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내려온 김만철씨의 가족이 하루종일 텔레비전 카메라에 찍히며 서울 나들이를 할 때, 그 집 막내아들 광호군이 귀 밑에 노란딱지를 붙이고 있는 걸 보고서였다.

지금도 나는 장거리 버스여행을 하기 전 그것을 귀밑에 붙이는 짧은 순간, 그때 북에서 내려온 광호군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그의 안부를 궁금해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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