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대에서 제일 센(?) 사람은 아무래도 육군참모총장이다. 그는 이른바 엘리트코스를 걸으며 부하들로부터 적지않은 신임을 받았다. 군 조직에서 소위 주류의 보스다. 2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돼 있다.
그가 장성진급 비리의 가운데 섰다. 그를 가운데로 몰아세운 쪽은 군 검찰이다. 장관이 흔든 ‘군 개혁’의 깃발을 따른 것이다. 장관은 청와대에서 군 통수권자로부터 한동안 ‘훈련과 조율’을 충실하게 받았다. 참모총장이 장성진급 비리와 연계되느냐 여부는 휘하 장성들이 진급하는데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 했느냐’ 혹은 ‘총장으로서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 했느냐’는 법원의 판단으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참모총장은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서 수 차례 높은 사람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그 뜻이 반려됐다. 어느 틈엔?그는 ‘제일 센 자리’에서 비켜 서 있는 형국이 됐다. 그는 4월까지 법이 정한 참모총장의 직책을 한참 남겨 놓고 있다.
#2 경찰에서 제일 센(?) 사람은 아무래도 경찰청장이다. 그는 이른바 엘리트코스를 걸으며 부하들로부터 적지않은 신임을 받았다. 경찰 조직에서 소위 주류의 보스다. 2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돼 있었다.
그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용퇴’라고 했다. 청장은 참여정부 들어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2년 임기제의 첫 케이스다. 그가 그 임기를 3개월 정도 남겨놓고 물러난 것이다. 예정된 경무관급 이상 인사는 다음 청장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청장으로서의 인사권 행사’를 당연시 하거나, 오히려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 청장은 외교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던 사람으로 행정고시 출신의 전임 청장과는 경찰 내 뿌리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3 검찰에서 제일 센(?) 사람은 아무래도 검찰총장이다. 그는 이른바 엘리트코스를 걸으며 부하들로부터 적지않은 신임을 받았다. 검찰 조직에서 소위 주류의 보스다. 2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돼 있다.
임기가 4월 2일로 확정돼 있는데도 그의 퇴임 시기가 관심사다. 전임 총장이 4개월만에 사퇴하는 바람에 교대 시기가 어정쩡해졌다. 총장은 취임하면서부터 ‘검찰 개혁’의 깃발을 흔드는 장관과 이런저런 마찰을 빚었다. 민변 출신의 젊은 장관은 검찰조직에서 볼 때 비주류일 수 밖에 없었다. 정기적인 평검사 인사는 내달로 예정돼 있다. 정상적인 인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슷한 시기에 부장검사급 인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현 총장이 ‘영향을 미치는 인사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후임 총장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사권’을 갖도록 하자면 임기제를 무시하거나 그 인사를 3월말 뒤로 연기할 수 밖에 없다. 군이나 경찰에서처럼 ‘묘한 사태’가 곧 발생할지 모른다.
#4 그나마 ‘명쾌하고 깔끔하게’ 사람을 정리한 케이스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교체라고 한다. 재단 이사장을 이사회에서 결정하자마자 정부는 "절대 안 된다"고 발표했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던 사람을 정부는 결국 주저 앉혔다. 공개적이고 정면승부를 하는 듯한 모양이 오히려 ‘명쾌하고 깔끔했다’는 평가나마 받게 된 것이다. 말이 재단이고 이사장이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언론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힘이 센 자리 중 하나다.
정부는 군 경찰 검찰 그리고 언론의 핵심 포스트를 모두 순치 시키는 데 일단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 정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로 천명했던 ‘원칙과 공정’은 많이 훼손됐다. 인사권에 대해 이중의 잣대를 들이댔다. 조직독립과 책임권한을 강조하며 내걸었던 2년 임기제를 스스로 무력화 했다. 정당한 다수를 존중하겠다며 내세운 권위주의 타파를 앞서서 무너뜨렸다. 국민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잊지 않는다.
정병진 부국장 겸 사회부장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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