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首尔(서우얼)이라구요?"
서울시가 19일 발표한 ‘서울’ 명칭의 새로운 중국어 표기를 놓고 "종속적인 뉘앙스의 중국어 표기를 바꿨다"며 환영하는 반응과 "중국인들이 사용 안한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중국 정부와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공식 표기의 교체를 서둘러 외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들은 미국의 워싱턴은 華盛頓(화성둔)으로, 독일의 베를린은 柏林(보린), 이집트의 카이로는 開羅(카이뤄), 영국 런던은 倫敦(룬둔) 등으로 실제 발음과 유사하게 표기해왔지만 서울에 대해서만 유독 실제 발음과 다른 옛 이름을 고집해 왔다.
중국인들이 써온 서울의 옛 이름 ‘ 城’(한청)은 ‘변방의 작은 성’을 연상케 하는 의미로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서울 중국어 표기 개선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지난해 1월. 시는 이후 시민공모를 통해 접수된 1,041개의 표기안을 선호도 조사를 거쳐 ‘首爾’(서우얼)과 ‘首午爾’(서우우얼) ‘首沃’(서우워) ‘中京’(중징) 등 4개 안으로 좁힌 뒤 이번에 최종적으로 ‘ 首尔’을 선정했다. ‘ 尔’는 ‘爾’의 간체자.
서울시 문화국 관계자는 "표기안 시민 공모 때 37명이 제안할 정도로 ‘서우얼’의 지지도가 높았으며 선호도 조사에서도 1,360명의 응답자 중 64.7%인 880명이 최적의 중국어 표기로 꼽았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여론 수렴을 위해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과 상사 주재원들의 자문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새 중국어 표기의 공포에 이어 우선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 중국어판 수정을 시작으로 시가 발행하는 모든 간행물과 각종 안내표지판에 현재 서울이 ‘ ’으로 표기돼있는 것을 ‘ 首尔’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 "국제공항 시설물, 교통 및 도로 안내표지판, 교과서와 지도의 표기를 고치도록 관계기관과 정부의 협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 이라며 "중국 정부를 비롯해 여러 중국어문화권에도 외교 채널을 통해 새 표기의 사용을 요청하고 다양한 경로로 표기 개선의 필요성을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는 새 중국어 표기를 지난해 6월 확정하기로 했다가 중국 정부측이 ‘首尔’의 도입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보이지 않았고, 자칫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수 차례 결정을 연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간의 검토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중국인들이 교체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자칫 용어 사용의 주체인 중국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어(死語)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 라디오프리 방송 서울특파원인 리우 씨는 "청나라 이후 관습적으로 사용돼온 ‘한청’ 이라는 표기를 하루아침에 서울시가 바꾼다고 중국인들이 동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른 외국 도시들의 경우 서울처럼 사용 당사국에 명칭 교체를 부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 관계자는 "한·중 양국의 공식적인 정부문서 표기 수정 등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은 자칫 양국간의 외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규 서울시 문화국장은 "중국측과의 조율을 위해 최종안 확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주한중국대사관의 ‘ 首尔’에 대한 입장은 아직 찬성도 반대도 아닌 소극적인 관망 상태"라고 설명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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