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김포공항역에 내리면 사진과 같이 칠교판(七巧板)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장식한 벽면을 볼 수 있다. 정사각형 모양의 칠교판은 큰 직각이등변삼각형 2개, 작은 직각이등변삼각형 2개, 중간 크기의 직각이등변삼각형 1개, 작은 정사각형 1개, 평행사변형 1개 등 모두 7조각의 도형으로 이뤄져 있다. 이 7조각을 사용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를 칠교놀이라고 한다. 단순해 보이는 7조각의 도형들로 연출할 수 있는 모양은 인물 동물 식물 글자 건축물 등 다양하다.
예로부터 칠교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널리 즐겼던 민속놀이다. 칠교판은 기다리는 손님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오락기여서 ‘유객판(留客板)’이라고도 하고, 갖가지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혜를 짜내야 하므로 ‘지혜판’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장서각에 보관돼 있는 '칠교해(七巧解)>라는 책에는 칠교놀이의 방법과 함께 칠교판으로 만들 수 있는 300여 종의 모양이 수록돼 있어,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이 놀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칠교놀이는 약 5,000년 전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 사람들도 탱그램(tangram)이라고 불리는 칠교놀이를 즐겼다. 미국의 작가 애드가 앨런 포우는 탱그램을 광적으로 즐긴 마니아로 유명하다. 그는 상아로 탱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또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탱그램으로 소일했다고 한다.
테트리스는 칠교놀이와 비슷한 초창기 컴퓨터 게임이다. 필자와 같이 게임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친숙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모양의 블록이 화면 위에 나타나는데, 이를 순발력 있게 적당한 위치로 이동하고 회전시켜 배치함으로써 면을 채워간다. 이런 방식으로 한 줄이 완전히 채워지면 그 줄이 사라지면서 점수가 올라가고, 채우지 못해 남은 줄들이 쌓여 더 이상 블록이 나타날 수 없게 되면 게임이 끝난다.
테트리스는 1985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한 게임이다. 4개의 정사각형을 붙여 만든 7가지 블록에는 모양에 따라 J, L, S, O, Z, T, I 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다. 파지노프는 당초 5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12가지의 블록을 이용하는 펜토미노(Pentomino)를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펜토미노는 너무 복잡해 정사각형의 개수를 4개로 줄인 테트라미노(Tetramino)를 이용해 테트리스(Tetris)를 만들었다.
7개의 도형 조각으로 독창적인 모양을 만드는 칠교놀이와 정사각형을 연결해 만든 블록으로 면을 채워가는 컴퓨터 게임 테트리스를 보면 기본 도형으로 하는 놀이는 시대를 초월한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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