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주인을 보내자-세계 우주개발의 현장] (4) 세계 우주 축제 '미국 천문학회 연례회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주인을 보내자-세계 우주개발의 현장] (4) 세계 우주 축제 '미국 천문학회 연례회의'

입력
2005.01.20 00:00
0 0

"아무리 우주 생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요즘 암흑물질에 너무 큰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네." "하긴 눈에 보이는 별들의 구성성분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 큰 것만 보고 있는지 몰라. 그나 저나 토성 위성 ‘타이탄’의 구성성분에 대한 내기에는 어느쪽에 돈을 걸었나. 난 액체 메탄이라고 확신하네만." 1월 초 미국 샌디에이고 최대의 휴양 리조트 ‘타운 앤 컨트리 클럽’은 별과 우주를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로 들썩거렸다. 1월 9~13일 닷새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학 축제가 벌어진 ‘제205회 미국 천문학회(AAS) 회의’ 현장을 찾아 밤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AAS 회원은 약 6,500명에 달한다. 지난해 화성에 도착한 쌍둥이 탐사선을 기획한 미국 우주항공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소속 과학자부터 어린이에게 별자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회의에는 AAS 116년 역사상 가장 많은 2,400여명의 천문학 관계자들이 모여 총 170개 주제를 논의했다. 각 주제는 5~25개의 개별 연구팀이 모여 꾸려간다.

워낙 참가자가 많다 보니 직접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행운의 팀은 약 80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큰 종이에 인쇄해 게시하는 ‘포스터 발표’를 통해 연구 성과를 전시했다. 그나마도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뿐. 포스터는 매일 바뀌어 걸리기 때문에 1,600여 개의 포스터 가운데 관심 있는 정보를 얻으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인간 생존확률 50:50’의 저자인 영국 캠브리지대 마틴 리스 교수,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통한 성단 사이의 거리 측정법을 개발한 미 하버드대 오웬 진저리치 교수 등 세계 유수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 천문학자들도 평범한 티셔츠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해 참가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1969년부터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최근 20년간 AAS 대외협력 업무를 겸임해온 스티브 마린 박사에게 평생을 천문학에 바친 동기에 대해 묻자 "별이 너무도 예쁘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요즘의 천문학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존재들’에 대한 동경보다는 성간물질이나 암흑 에너지 등 우주의 생성 단계를 규명하는 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마추어들이 관측 및 촬영 장비를 쉽게 갖출 수 있게 되면서 별 사진을 편집하는 일까지 천문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천문학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을 상징하는 큰 변화"고 설명했다.

12일에는 샌디에이고 북동쪽 65㎞에 위치한 팔로마 천문대 투어가 마련됐다. 태양 흑점의 자기성(磁氣性)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조지 헤일이 1928년 록펠러 재단으로부터 받은 600만 달러의 기금으로 20년에 걸쳐 완공한 천문대다. 직경 5c의 거대한 천체 망원경은 ‘슈메이커-레비 혜성’을 비롯해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으로 추정되는 ‘콰오아’를 발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거대한 돔 모양의 천문대는 건물 5층 높이로 반사경 무게만 14.5톤에 달한다.

팔로마 천문대 대외협력 담당인 스코트 카르델씨는 "이전에는 10시간이 넘도록 돔 위에 달린 작은 조종실에서 카메라를 움직여 사진을 찍던 것을 이제는 컴퓨터가 쉽게 해결해준다"며 "‘화장실도 못 가고 밤을 샜는데 렌즈 뚜껑이 덮여 있었다’, ‘벌벌 떨면서 혜성을 촬영하고는 필름을 빛에 노출시켜 버렸다’ 등의 실수담이 파다했던 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미 캔사스주 위치타에서 개인 천문대를 운영하는 마틴 랫클리프씨는 "기술의 발달로 천문학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길이 훨씬 넓어졌다"면서 42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로 그 자리에서 간단히 촬영한 맥홀츠 혜성 사진을 보여줬다.

일반 망원경으로 혜성을 찾은 후 카메라 렌즈를 하늘로 향해 바닥에 놓고 셔터를 30초 동안 열어서 찍었다는 디지털 사진에는 솜 뭉치 모양의 혜성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아쉽게도 인간의 문명은 수십억 년 동안 우주를 여행해 지구를 찾은 별빛마저도 사라지게 하는 부작용도 지닌다"고 강조하며 샌디에이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불빛이 밤하늘의 별들을 지우고 있는 천문대 남쪽 하늘을 가리켰다.

샌디에이고=글·사진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연구성과 하이라이트’ 선정 NASA 스피처 망원경 센터 노정희 박사

AAS 회의에서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 중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 기회를 얻은 것은 엄선된 10개에 불과했다. 이 중 미 캘리포니아공대에 위치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스피처 망원경 연구센터의 별의 탄생에 관한 기자간담회는 한국인 여성 과학자 노정희(41·사진) 박사에 의해 진행됐다.

지구궤도에 망원경을 띄울 것을 처음 제안한 천문학자 리만 스피처 박사의 이름을 딴 ‘스피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2003년 8월 25일 발사된 후 탑재한 35㎝ 망원경을 통해 아름다운 우주의 이미지들을 지속적으로 관측, 촬영해 보내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 박사는 스피처 망원경이 찾아낸 ‘별들의 인큐베이터’에 관한 내용을 발표해 ‘ASS 연구성과 하이라이트’로 선정됐다. 노 박사는 이 망원경이 적외선으로 촬영한 ‘트리피드(Trifid)’ 혹은 ‘삼렬성운(三裂聖雲)’ 사진을 분석, 이 성운에 위치한 약 150개의 초기 형태 별의 모습을 찾아냈다. 이 중 30여 개는 아직 별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지만 곧 별이 될 ‘배아 별’ 형태이며, 나머지는 별의 초기 형태를 간직한 ‘아기 별’들이다. 지구에서 5,400광년 떨어진 삼렬성운은 약 30만년 된 거대한 별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금까지는 이 별 외에 다른 별은 없고 자잘한 먼지들로만 이뤄졌다고 여겨져 왔다.

노 박사는 "다양한 성운에서 아기 별들이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 발견된 별들은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며 "이들은 모두 중심 별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우주생성 원리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천문학과를 졸업한 노 박사는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파리 원자에너지연구소를 거쳐 2001년부터 스피처 센터 연구원으로 일해왔다.

김신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