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산차 모델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고 수입차 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 외에도 수입차 업계의 치밀한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판매는 2003년 대비 19.8% 증가한 2만3,345대를 기록했다. 수입차가 연간 2만대 이상 판매된 것은 1987년 시장 개방 이후 처음이다. 2004년에 국산차 판매가 전년 대비 1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불황을 타지 않는 부유층의 수입차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수입차 업계의 성장은 철저한 고객관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배기량별 등록 수입차를 보면 2,001~3,000cc가 9,518대로 전체의 40.8%를 점유하고 있다. 즉 최상류층이 아닌 중상류층 구매자가 늘고 있으며, 이들이 차를 수입차로 바꾸는 데는 CRM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 CRM을 잘 하기로 소문난 곳이 판매 1위의 BMW코리아(대표 김효준)다. BMW코리아는 일찌감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최근에는 이를 대리점 사업자(딜러)와 공유하며 고객 만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BMW 고객이 차 문제로 전화(080-269(BMW)-0001)를 걸면 콜센터 화면에는 해당 고객의 차량 구입시기 및 정비 이력 등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24시간 콜이 가능하고 30분내 출동 서비스는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다른 BMW 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골프 핸디캡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지도 모두 파악한다. 이 같은 고객 성향에 따라 골프대회 초청장이나 음악회 초대권이 발송된다. 지난 12월31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고객들을 초청, 제야 음악회를 갖기도 했고, BMW를 타고 미술관을 다녀오거나 유명 패션업체와의 공동 패션쇼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BMW 코리아는 또 수입차 업계 최초로 동대문에 24시간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운영하는 등 고객 불편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CRM은 고객들에게 ‘내가 이 정도로 대접 받고 있구나’하는 만족감이 들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대표 이보 마울)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논현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E 55 AMG 고객과 함께하는 F1 나이트’행사가 대표적인 경우. 이날 이보 마울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과 딜러 대표들은 1일 웨이터로 등장, 일일이 접시를 나르거나 고객에게 포도주를 직접 따라 줬다.
이러한 행사 덕분인지 가격이 1억6,590만원이나 되는 스포츠 세단 ‘E 55 AMG’는 출시되기도 전에 국내에 들여오기로 한 10대가 모두 예약 판매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가 지난달 16일 강남 전시장에서 자동차와 모피의 만남을 주제로 연 ‘로베르토 까발리 패션 살롱 쇼’도 VVIP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한성자동차는 특히 자사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리기간 동안 메르세데스-벤츠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차량 구입 고객들에게 멤버십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작업도 추진중인데, 특급호텔, 골프장, 백화점 이용시 할인 혜택을 줄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시장의 요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 고객 취향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로 불황을 돌파하고 있는 점은 국산차 업계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