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의 마지막 절후(節候)인 대한(大寒)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00도 되는 날이다. 한 해의 마지막 절기를 맞아 24절기를 한 번 늘어놓아 보자. 봄에는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가, 여름엔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亡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가, 가을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이, 그리고 겨울엔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이 찾아 든다.
한자의 뜻을 새겨보면 각 절기 이름들이 대단히 시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해 열두 달의 이름을 포도의 달(방데미에르), 안개의 달(브뤼메르), 서리의 달(프리메르), 눈의 달(니보즈), 비의 달(플뤼비오즈), 바람의 달(방토즈), 움트는 달(제르미날), 꽃의 달(플로레알), 풀밭의 달(프레리알), 수확의 달(메시도르), 더위의 달(테르미도르), 과일의 달(프뤽티도르)로 지었던 프랑스혁명기의 공화력 못지않은 자연 감각이 24절기 이름에도 배어있다.
‘대한’이라는 이름은 이 시기가 한 해중 가장 추운 탓에 붙었겠지만, 이것은 중국인들의 경험에 따른 것일 뿐 한국에서는 외려 1월 상순에 찾아 드는 소한 때가 더 춥다. 그래서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거나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 얼어죽었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푹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도 있다. 올겨울 추위가 유별나달 것은 없겠지만, 12월 들어서도 줄곧 따뜻했다가 세밑부터 갑작스레 수은주가 떨어진 탓에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지는 듯하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답고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다는 말에도 일리는 있겠으나,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에겐 따뜻한 겨울이 한결 견딜 만할 것이다. 혹한 없이 이 겨울이 지나갔으면 한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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