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기사마감을 앞둔 증권거래소 기자실에는 "내일 어떤 벤처 종목 기사가 나가느냐"고 묻는 독자 전화가 종종 걸려왔다.
조간신문에 소개된 벤처기업은 그날 당장 상한가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 먼저 기사내용을 알아내 미리 그 종목을 선점하려는 속셈이다.
당시 많은 코스닥 벤처기업들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행태를 역이용하기 위해 기술개발이나 판로개척보다는 신문에 기사 한 줄 올리기 위한 기업설명회에 더 열을 올렸다.
벤처기업 경영자가 작업복을 벗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2000년 3월 10일 ‘코스닥지수 2,925.50포인트의 신화’는 이렇게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1999년 3월초 720선이던 코스닥 지수는 다음해 3월 3,000 포인트 턱밑까지 치솟았다. 1년간 지수가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종목별 상승세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인터넷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희한한 사업모델을 내세운 골드뱅크는 5개월 만에 3,230%나 올랐고, 새롬기술(현 솔본)은 코스닥 등록 6개월 만에 7만1,861%의 천문학적인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새롬기술 시가총액은 한때 4조원을 넘어 동부 두산 코오롱 등 웬만한 중견그룹을 앞질렀다.
하지만 파국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2000년 4월 시작된 미국 나스닥의 붕괴와 함께 코스닥도 급전직하해 그 해 말 51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이 뚜렷한 강세를 보인 시기는 4번 있었다. 1999년 말~2000년 초가 가장 대표적이고, 2001년 1~2월, 2003년 4~7월, 그리고 2005년 1월 지금이다. 99년에는 나스닥 상승 등 정보통신(IT) 기술에 대한 낙관론과 정부의 벤치 지원책, 2001년 1월에는 버블 해소와 연초 효과, 2003년 4~7월에는 NHN과 같은 인터넷 기업의 실적 향상 등이 촉매제로 작용했다.
현재의 코스닥 강세는 주가의 장기 하락, 정부의 벤처 지원책, 연초 효과, 실적 개선 등 과거 강세장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빨리 달아오르는 냄비는 빨리 식는 법이다. 코스닥의 상승세가 가파를수록 어제의 교훈을 되새기며 조급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릴 일이다.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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