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관련문서 공개로 피해자들의 개별 보상 요구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등장했다.
정부는 ‘한일수교회담 문서공개 등 대책기획단’을 발족했지만 "개별 보상 여부는 백지상태"라는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 기본 방향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정치·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지만 법적 근거 검토가 매듭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반 민사 청구권의 소멸시효(10년)와 헌법재판소 판례(94헌마204) 등이 거론되지만 어느 쪽도 이번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법리 논쟁에 앞서 정부가 엄청난 여파를 감안하고 문서공개를 결단한 의지로 보아 적극적 보상 원칙을 세우는 데 망설임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원칙을 분명히 하더라도 실제 보상에 이르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한일협상에서 정부는 103만2,684명의 피해자에 대해 사망자 1,650달러, 부상자 2,000달러, 생존자 200달러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이로 보아 당연히 피해자 통계나 사망·부상·생존자 등 분류 기록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민간의 보상금 지급 청구소송이 잇따라도 당장 당사자 적격 여부를 판별할 근거조차 없는 상태다. 구체적 보상액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 당시 3억달러의 현재 가치는 달러화 불변가치, 일본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비율 등 잣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정부의 의지와 국민적 논의가 결합한다면 적절한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의 정책 결정이 초래한 부채를 현재 정부가 갚겠다는 마음가짐만 선행하면 피해자 단체별 기금조성 등 다양한 보상 형태와 규모를 모색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런 논의가 제대로 틀을 잡을 때까지는 ‘한일 동시 책임론’ 등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곁가지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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