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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병' 치료위해 재입국 泰여성 3명이 말한 ‘악몽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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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병' 치료위해 재입국 泰여성 3명이 말한 ‘악몽 근무’

입력
2005.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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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안산중앙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다발성 신경장애(앉은뱅이병) 환자 로짜나(30) 인디(30) 씨리난(37)씨 등 태국여성 근로자 3명은 18일 "화성 D사 재직시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공장측의 묵살로 결국 하반신이 마비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것은 2003년 9월∼2004년 1월 사이. 알선업체에 거액을 주고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도착 즉시 화성시 향남면 소재 LCD제조업체인 D사에 입사했다.

이들은 입국 다음날부터 밀폐된 검사실에서 유독물질인 노말헥산으로 LCD완제품의 불순물을 닦는 일을 했다. 보호복, 마스크 등 안전장구는 없었고 노말헥산의 유독성에 대한 어떠한 주의사항도 듣지 못했다. 오전 7시 일어나 허겁지겁 밥을 먹고 현장에 투입된 이들은 평일은 물론 토·일요일에도 새벽 2시까지 야근하기 일쑤였다. 작업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의자는 모두 없어졌고 기계처럼 서서 일하도록 강요당했다.

이들은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지만 공장측은 "괜찮아. 그냥 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매월 1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본국 가족에게 송금하는 기쁨으로 고통을 참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다리가 아프고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씨리난씨가 갑자기 작업 도중 쓰러지면서 동료 태국인 여성 8명 모두가 동일한 증상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들은 회사측에 치료를 요청했으나 회사측은 단 한차례 병원에 보내줬다. 특히 상태가 심각해 거동조차 할 수 없었던 씨리난씨에게는 병원도 가지 못하게 하고 외부인은 물론 태국인조차 접근을 차단했다. 인디씨는 "일을 못하게 되면서 월급을 받지 못해 귀국을 결심했다"며 "회사측이 마련해 준 것은 태국행 비행기표와 10만원이 전부였다"고 울먹였다. 치료를 위해 이들을 17일 재입국시킨 박천응(43) 목사는 "다시는 이 같은 인권유린이 생기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화성경찰서는 18일 자진출두한 회사대표 송모(53)씨를 긴급체포,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공장장 이모(45)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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