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이후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한 알짜 기업들이 외국자본들의 M&A(인수합병) 표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우건설 대한통운 진로 두루넷 등 20여개에 달하는 이들 기업의 시장가치는 40조원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외환은행과 삼성생명 등 금융권을 노리는 외국자본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제는 대형 M&A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외국 자본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 있다는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다. 자금 동원력과 협상력에서 국내기업이 다국적 펀드 위주의 외국자본보다 취약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국내기업은 출자총액 제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독과점 규제 등 공정거래법의 갖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외국펀드에 대항하는 대규모 토종 펀드를 만든다며 사모투자펀드 법령을 만들었으나 출자조건과 자산운영 등의 규제로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국내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외국자본은 돈의 성격이 어떻든 자유롭게 기업인수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도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만 얻으면 얼마든지 사들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98년 이후 2003년까지 매각한 부실채권의 98.5%를 외국자본이 인수한 것이나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팔아 5년 만에 1조원 이상을, 론스타가 스타타워를 매각해 3년 만에 2,80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그제 "단기간에 상당한 수익을 내고 세금도 내지 않는 소수의 사례로 인해 반외국자본 정서가 싹터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 및 감독 당국의 의지와 달리 국내 M&A 시장이 ‘외국자본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국부유출 혹은 산업주권 상실 등의 우려와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원칙과 현실을 다시 한번 잘 살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