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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자살 크게 는다/ 몸이 아파서… 자식에 짐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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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자살 크게 는다/ 몸이 아파서… 자식에 짐되기 싫어서…

입력
2005.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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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이모(85) 할아버지 부부는 경기 동두천시 자신의 집에서 극약을 마셨다. 이 할아버지는 다행히 이웃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지만 이모(80) 할머니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음독을 하고 나란히 누운 노부부 옆에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살한다’는 내용의 유서 한 통과 장례식 비용 200만원이 든 봉투가 놓여져 있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오류동 한 아파트에서는 허모(92) 할아버지 부부가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허 할아버지는 여기저기 빚을 얻어 1년여 동안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봐 왔지만 더 이상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게 됐고 자녀들도 형편이 어려워 도움이 되지 못하자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허 할아버지는 달력 뒷장에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 살만큼 살고 둘이서 같이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18일 한강에 투신자살한 유태흥 전 대법원장처럼 병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아무런 즐거움이 없는 세상이 싫어서, 가난한 노후가 지긋지긋해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지만 사실 우리가 이들을 자살로 내몬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필요한 생활비와 병원비, 일거리, 즐길거리를 우리 복지제도가 제대로 담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가운데 자녀의 경제적 몰락과 부양의무 방기로 가족 안전망까지 해체되면서 노인들에게 자살을 권하는 사회가 돼 가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자살자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은 33%인 3,612명에 달했다. 하루에 10명씩 자살한 셈이다. 2002년 2,701명보다 무려 900여명이 늘었고 5년 전인 1998년의 1,519명보다는 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의 이유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 변화를 가장 먼저 꼽고 있다. 김형수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중심의 보호체계가 서서히 해체돼 가면서 노인들은 대개 자녀에게 부양을 요구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분석했다. 자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싫어서 자살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가족관계 변화가 작용한 것이다.

직장 상실, 친구들의 사망, 질병의 고통 등으로 인해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노인들의 심리적인 측면을 보듬어 주는 제도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은 "일반 성인의 경우 우울증 비율이 7% 내외인데 반해 노인은 20~25%에 이른다"며 "상담치료 지원제도와 노인요양보험제도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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