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세계의 자동차 모험가들의 이목은 ‘다카르 랠리’에 쏠린다.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자동차경주 중 코스가 가장 험난하기로 악명 높은 이 랠리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호흡하며, 최악의 극한상황을 극복해가는 대장정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지난 12월3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 모로코 말리 등을 거쳐 세네갈 다카르에 이르는 8,956㎞를 달리는 17일간의 ‘2005 다카르 랠리’가 그제 막을 내렸다. 세계 39개국을 대표하는 696대의 각종 차량이 참가했다.
■ ‘다카르 랠리’는 프랑스의 모험가 티에리 사빈의 주도로 탄생했다. 모터사이클 선수인 사빈은 사하라사막 횡단 중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한 뒤 사막이 안겨주는 극한상황에 매료돼 사하라사막 횡단 자동차경주대회를 만들기로 결심, 1978년 12월26일 170여대의 차량이 참가한 첫 대회를 열었다. 파리 근교를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 알제리 니제르 말리를 거쳐 세네갈의 다카르에 도착하는 랠리에서 74대만이 완주에 성공했다. 악명 높은 코스가 오히려 자동차회사와 모험가들을 자극, 랠리의 성공과 장수를 도왔다.
■ ‘지옥의 랠리’ ‘죽음의 레이스’ 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코스가 모래바다와 자갈밭으로 이뤄진 데다 조난위험이 크고, 보름 이상 밤낮으로 달려야 하는 등 인간극한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매년 코스가 바뀌지만 위험한 사하라사막 통과는 필수여서 그동안 40여명이 랠리 도중 사망했다. 대회 창설자 사빈도 1986년 헬기를 타고 코스를 답사하다 돌풍을 만나 탑승자 4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현 대회조직위원장 길버트 사빈은 그의 아버지다. 올해도 모터사이클 선수 2명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 모터사이클 4륜구동차 트럭 등 3개 차종이 비개조·부분개조·완전개조 부문으로 나뉘어 참가하는 이 랠리는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1988년 기아자동차의 록스타가 처음 참가한 이래 한국차의 도전이 이어졌지만 1993년에야 스포티지가 비공식 완주에 성공하고, 2000년 파리-다카르-카이로 랠리와 2001년 파리-다카르 랠리의 완전개조부문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한국선수가 운전하는 한국차가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사막을 질주하는 모습을 전율에 싸여 지켜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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