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나와 있는 포장쌀의 92%가 ‘특’등급으로 표시돼 있어 품질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양곡유통관리법상 쌀 등급 판정을 생산자가 직접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18일 "지난해 5월 서울 337개 유통점에서 판매되는 2,672개 포장쌀 제품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등급을 표시한 2,056개 제품 중 92%에 달하는 1,898개가 ‘특’등급이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158개(8%) 제품은 ‘상’ 등급이었으며, ‘보통’ 등급 이하인 제품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부터 의무화된 포장양곡 표시제도도 잘 지켜지지 않아 국산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인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농림부는 지난해부터 포장쌀에 생산 연도, 중량, 원산지, 생산자 또는 가공자 연락처, 품종, 도정 일자의 표시를 의무화하고, 어길 경우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667개 매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실시한 추가 조사 결과, 1·2차 전체 조사대상 4,289개 포장쌀 제품 중 15.8%(679개 제품)가 의무표시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도정 일자를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무려 265개나 됐고, 품종과 원산지 표시 규정을 어긴 제품도 각각 221개와 63개에 달했다. 1차 조사에서만 실시된 품질등급의 경우 아예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전체(2,672개 제품)의 23%나 됐다. 등급 표시는 현재 강제규정이 아닌 권장표시 사항이다.
소시모는 "포장쌀의 등급표시가 생산자 임의로 이뤄지는 데다 별도의 검증 절차도 없기 때문에 허위표시 가능성이 크다"며 "조속히 등급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허위표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시모 관계자는 "수많은 브랜드의 포장쌀 품질을 소비자가 직접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표시를 믿고 구입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도 높은 정보가 제공되도록 농림부에 제도 개선안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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