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관 인선 논란 속에 법원 안팎 인사로 구성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현직 법원장급 3명을 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자문위는 대법원장과 민변 참여연대 등이 제시한 후보 10여명의 적격 여부를 살펴 이같이 정했고, 대법원장은 이를 토대로 새 대법관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이지만,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우려된다.
우리는 새 대법관 제청이 개혁과 안정을 두루 고려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지난해 사법사상 처음으로 개혁성향의 여성 대법관을 제청한 만큼 이번에는 안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논리도 이해한다. 그러나 법조일원화와 국민사법참여 등 제도개혁을 적극 수용한 것처럼, 인적구성을 다양화하라는 요구도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이런 전제에서 볼 때 자문위가 심의 첫날, 법원 바깥에서 추천한 재야 법조인 등을 배제한 채 고위 법관만을 적격 후보로 선정한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 개혁의 당위와 대법관 적격여부는 별도로 따질 일이지만, 자칫 처음부터 개혁보다 안정을 기준 삼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지나친 주장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최고법원을 사회의 다양한 이념을 아우를 수 있는 법관들로 구성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과제다. 그러나 심의과정 공개요구 등은 제청권의 본질인 사법부 독립을 해칠 수 있다. 제청 절차의 민주적 정당성은 헌법의 틀에 충실할 때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10명이 내년까지 퇴임하는 것을 사법부 인적개혁의 기회라고 무턱대고 떠드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선 대법원 개편논의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 독립원칙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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