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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나무의 몸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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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나무의 몸냄새

입력
2005.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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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건이나 그것을 세는 단위가 있다. 장작도 성냥과 마찬가지로 쪼갠 나무의 한 도막이므로 한 개비, 두 개비 이렇게 센다. 그게 열 개비쯤 모여 한 아름이 되고, 다시 그것이 스무 아름쯤 모여 장작 한 평을 이룬다.

예전에 시골집들은 아궁이가 보통 세 개다. 밥솥과 국솥 아궁이가 있고, 소여물을 끓이는 가마솥 아궁이, 그리고 사랑방에 군불을 넣는 아궁이가 있다. 이 세 아궁이 모두 넉넉하게 불을 때며 한겨울을 보내자면 집집마다 대여섯 평쯤의 장작이 있어야 한다.

겨울방학 때마다 우리 형제는 할아버지가 심은 밤나무 산에 가서 이제는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아름드리 밤나무를 베어온다. 그것을 토막토막 자르고 팰 때 서툰 일꾼은 중국영화를 찍는다. 도끼를 잘못 맞은 나무쪽이 표창처럼 휙휙 날아다녀 옆을 지나다니거나 구경하는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

나는 선수중의 선수였다. 도끼질 몇 방에 아름드리나무가 결을 따라 ‘쫙’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밤나무거나 참나무 특유의 쉰밥냄새가 난다. 우리는 그것을 나무의 몸냄새라고 불렀다. 이 겨울, 어디 가서 원 없이 장작 한번 패보고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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