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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설교보다는 대화하세요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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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부모의 하소연이다. "우리 아이는 불평이 많습니다. 자기 친구는 집이 40평인데, 왜 우리 집은 25평밖에 안 되느냐고. 그래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죠. 그랬더니 다음에는 자동차가 소형이라고 창피하다는 겁니다. 자동차를 샀더니 이번에는 냉장고가 작다나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참, 철딱서니 없어서 걱정입니다."

위와 같은 상담을 의뢰한 부모는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부부 간의 애정도 돈독하다. 아이의 어지간한 요구는 다 들어주고, 예체능 과외까지 아낌없이 시키는 등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맘먹고 공부할 때는 성적이 오르더니만, 갈수록 공부 욕심을 안 부려요. 공연한 핑계나 대고 말이죠.", "저는 어릴 때 과외가 뭔지도 몰랐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공부 잘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어떤 때는 아이가 밉살맞아 죽겠어요. 그렇지만 때리거나 크게 야단치지는 않고 가끔 조용히 타이릅니다. 그런데 도무지…."

배고팠던 어린 시절, 부모 말씀이라면 죽는 시늉도 했던 어른들 입장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행동거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물며 내 자식이 공연한 트집을 잡으며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부모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지라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아이들도 완벽해 보이는 부모에 대해서 그에 못지않은 자존감을 세우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자존감이 위기에 처했을 때 거꾸로 부모에게서 트집거리를 잡아내고 역공격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 사례의 부모와 아이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기대 때문에 아이의 생활 태도가 내심 못마땅하다. 아이를 심하게 야단치지 않고 조용히 타이른다고는 하지만, 속마음이란 숨기기도 싶어도 연기처럼 스며 나오는 법이다. 그러므로 심하게 호통치거나 매를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표정, 몸짓, 어투 등을 통해서 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비언어적 메시지가 아이에게 전달되게 마련이다. (부모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가 ‘타이르는 것’과 ‘명령, 비난하는 것’은 다르다는 오해이다. ‘조용히 타이르는 것’이나 ‘큰소리로 나무라는 것’이나 둘다 칭찬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녀들은 똑같은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어쨌든 부모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아이는 한 때 공부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과외 같은 것 안 받아도 공부 잘했다는 아빠의 과시는 아이의 자존심을 더욱 구겨놓는다. 어릴 때는 능력 있는 아빠가 자랑스럽기만 하지만,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는 부모도 경쟁자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부모의 약점을 들춰내고 트집을 잡으며 부모의 권위를 깎아내리려는 심리도 발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화를 좀 더 많이, 자주 나눈다면 걱정거리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참대화가 아니다. 참대화는 쌍방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존중될 때 성립되는 것인데도 부모들은 종종 설교나 훈계를 대화로 착각한다.)

사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걱정이라는 하소연은 부모들의 과잉기대에서 빚어진 것이다. 중간 정도 하면 평균은 되는 건데, 상위권에 속하는 아이에게 칭찬은커녕 공부를 안 한다고 계속 닦달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야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성적 때문이 아니고, 노력을 안 하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라며 양손을 가로젓는 부모라면 자녀의 하루 일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학교에서의 일과를 마치면, 그 날의 학업 노동량은 채운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후에도 쉴 수가 없다. 그러니 학교 수업 시간에 잠들고 성적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어른들은 주5일 근무에 퇴근 후엔 쉬면서, 아이들은 밤샘 공부를 하라는 것이 요즘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아닌가.

공부 잘하는 자녀를 원한다면 야단치고 강요하기보다 위로하고 칭찬하자.

신규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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