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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위성 탐사선 호이겐스 사진 전송/ "타이탄은 생명물질 메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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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위성 탐사선 호이겐스 사진 전송/ "타이탄은 생명물질 메탄의 바다"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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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액체 메탄 바다와 침식 흔적이 역력한 암석. 귓전을 울리는 거친 바람소리. 온통 오렌지색으로 덮인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이 생명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속살을 인류 앞에 처음으로 드러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탐사선 호이겐스호는 14일 타이탄 착륙 과정에서 3시간 여 동안 350장의 생생한 사진과 대기·지표 분석 자료를 모선인 카시니를 통해 지구로 전송했다. 유럽우주국(ESA)과 미 항공우주국(NASA)은 15일 타이탄 사진을 공개하며 두터운 대기 속에 감춰졌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고 흥분했다.

◆ 타이탄은 메탄 공장 = 타이탄은 메탄을 계속 생성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질소와 메탄 등 탄화수소 유기화합물은 생명 탄생의 기본 물질이어서 메탄의 지속적 공급은 큰 의미가 있다.

타이탄에 질소와 메탄으로 이뤄진 대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메탄의 구성 비율이나 증감 여부 등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지표면보다 대기권에 메탄 분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지표면에서 메탄 증발이라는 화학작용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간접 증거인 셈이다. ESA는 "지표면에 거대한 메탄저수지가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타이탄의 지표면이 온통 오렌지색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있는 것 역시 유기화합물의 화학 작용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로 관측됐다.

◆ 물의 흔적 = 과학자들의 탄성을 자아낸 것은 한때 물 등 액체가 흐른 게 분명해 보이는 지형이었다. 호이겐스가 상공에서 찍은 사진은 높은 고원지대와 홍수로 쓸려 나간 듯한 낮은 평원, 그리고 해안선과 바다로 보이는 지형이 뚜렷했다. 특히 지구의 자연 하천(蛇行川)과 유사한 꾸불꾸불한 검은 선이 바다로 추정되는 검은 지대를 향해 수 없이 나 있었다. 사진 분석팀장인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마틴 토머스코 교수는 "지금도 액체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액체가 흐른 통로였음은 거의 의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SA는 바다로 보이는 검은 부분에 대해선 빛 반사도 분석을 통해 액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평원에서 발견된 10㎝ 안팎의 암석 또는 얼음 덩어리는 액체에 침식된 흔적이 역력했다. 이는 지구 빙하지형에서 흔히 발견되는 표석(漂石)과 비슷해, 한때 타이탄에 거대 빙하가 존재했을 것이란 가설을 뒷받침한다.

액체의 흔적은 이뿐이 아니다. 지표면도 딱딱한 얇은 거죽 아래는 스폰지처럼 푹신푹신한 물질로 이뤄져 있었다. ESA는 이를 젖은 모래나 진흙에 빗대 설명한 뒤 "수분이나 액체 메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호이겐스는 15일 당초 예상보다 긴 5시간여 동안 활동한 뒤 수명이 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인류의 타이탄 신비 풀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모선인 카시니는 2008년 7월까지 타이탄을 44회 근접 선회하며, 타이탄의 대양 및 유기화합물 추가 존재 여부 등에 대한 관측을 계속할 예정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타이탄/ 원시지구 대기와 상당부분 닮은꼴

호이겐스호는 인간이 400여년 전 거대한 ‘얼음달’ 타이탄을 처음 발견한 뒤 쌓아 온 지식과 예측이 대부분 사실이었음을 확인해 줬다.

타이탄은 예상대로 38억년 전 생명이 태어날 당시의 원시지구 대기와 상당부분 닮은꼴이었다. 생명 탄생 조건으로 첫 손에 꼽히는 메탄 등 유기화합물과 물의 흔적이 대기와 지표면에서 관측됐다. 물론 대기 중 질소 비율이 90%나 되는 점은 물로 가득했던 원시지구와는 다르지만 질소 역시 유기화합물인 만큼 생명 발생 조건으론 되려 더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다.

햇빛이 풍부하고 온난 다습했던 원시지구와는 정반대라는 점도 사전 관측대로 였다. 호이겐스를 맞은 건 영하 178도의 혹한과 초속 6~12c의 칼바람이었다. 지구 생명의 에너지 원천인 햇빛도 거의 도달하지 않았다. 생명 탄생의 유명한 가설인 1953년 밀러 실험에서 생명 생성의 방아쇠 역할을 한 전기 자극, 즉 번개도 보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환경이 지구보다 상대적으로 가혹하지만 생명 발생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남극 얼음 속이나 화산 분화구 속에서도 박테리아 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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