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엄동설한이 이어지면서 젊은 시절 함께 동고동락했던 전우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조그마한 키에 목소리가 똘똘하고 눈동자는 생기가 돌았던 그 친구, 김학기(약 56세).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에 지금 못 만나면 정말 억울하고 한이 될 것 같아 신문 지면을 빌어서라도 이렇게 그리운 마음을 전합니다.
1972년 초 우리는 강원 원주 태장동에 있는 2799부대 건설공병대대에서 함께 근무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작전계, 저는 교육계에서 업무를 보며 전우애를 쌓았습니다. 입대한 이후 매일처럼 고된 훈련과 험한 임무로 해서 우리는 둘 다 지문이 없어지다시피 고생을 했습니다. 자주 눈물 흘리고 한숨을 지으면서도 서로를 친형제처럼 여기며 군 생활을 넉넉하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평생 함께 하자던 약속은 제대하자마자 각자가 바쁜 사회생활에 휘둘리면서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저는 제대 후 취직해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가 서울 구로동 공구상가에 가게를 개업한다는 연락을 해왔는데도 찾아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때 "꼭 가마" 하고 약속하며 준비했던 개업선물도 끝내 전해주지 못 했습니다. 당시 저는 무역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은 선적기일에 맞춰 하청공장을 관리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의 개업식 축하를 못 해준 것이 지금껏 이토록 사무치게 아쉬울 줄은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군 생활을 하며 도움 받은 일을 생각하면 꼭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경제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도움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그는 아픈 나를 위해 미국에 있는 자기 형님에게까지 연락해 약을 보내주었을 정도로 마음 따뜻했던 전우였습니다.
새해에는 고마운 전우와 그 형님을 찾아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도 그 장소에서 사업을 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지만 연락이 없어 답답합니다. 학기야, 혹 이 글을 보거든 꼭 연락하렴. 011-664-9809
김성영·경기 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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