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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플리바게닝 도입 검토/ '증거 재판'추세에 대비 "검찰권 남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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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플리바게닝 도입 검토/ '증거 재판'추세에 대비 "검찰권 남용" 우려도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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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도입을 검토중인 플리바게닝과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는 현재 진행중인 사법제도 개혁에 따른 대비책 성격이 크다. 최근 들어 법원이 갈수록 증거를 중요시하고 당사자가 부인하는 수사과정의 자백이나 진술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판례 등을 내놓으면서 검찰의 기존 수사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플리바게닝 등 제도가 도입되면 ‘실체적 진실’과 ‘인권보호’라는 두 가지 검찰의 목표가 조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보통 뇌물 사건의 경우 ‘준 자’와 ‘받은 자’만 알고 있어 당사자들이 입을 맞출 경우 사실상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받은 자가 혐의를 인정해 죄값을 받겠다면 어느 정도 형량을 낮춰주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달성할 수 있으며 수사 장기화로 인한 인권침해도 줄?수 있다는 것이다.

준 자에게도 면책이라는 ‘당근’을 이용해 결정적인 증언을 얻어낸다면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나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공익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런 제도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플리바게닝의 원조격인 미국은 90% 이상의 형사사건이 검찰과 피의자의 사전 협상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로 구분되는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1981년과 89년에 각각 플리바게닝의 제한적 형태인 ‘유죄협상제도’를 도입했으며 프랑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법정형 5년 이하의 범죄에 한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소 여부와 기소 범위에 대한 모든 재량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오히려 유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판사의 권한까지 가지게 돼 권한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수사가 자백 협상으로 흐르면서 오히려 실체적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김주덕 변호사는 "검찰이 범죄자들과 형량을 놓고 흥정하는 것은 편의주의적일 뿐 아니라 정의의 관념에도 반한다"며 "오히려 수사관행 개선과 과학적 수사기법 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자를 봐준다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함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법원이 제도 도입에 선뜻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법제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법을 어떻게 손봐야 할지 등에 대해 검토 대상이라고만 밝혀 향후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사전형량조정제도(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는 대가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 중이며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제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Immunity) 피의자 성격이 강한 참고인이 제3자(주범 및 공범)의 범행을 증언할 경우 증언 내용에 자신의 범죄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를 증거로 죄를 묻지 않는 제도. 미국에서는 재판 뿐 아니라 의회 증언, 행정부 조사과정에서도 널리 원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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