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 탐사의 꿈이 또 한번 결실을 맺었다. 달과 화성에 이어 이제는 토성의 위성인 작은 별에까지 인류의 흔적을 남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호이겐스의 타이탄 별 착륙 성공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호이겐스는 인류가 만든 우주 탐사선 중 가장 먼 곳에 도달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7년여의 긴 여정에서 호이겐스가 항해한 거리는 무려 35억 ㎞에 이른다.
그러나 진짜 놀라운 점은 가장 신비에 싸인 위성 중의 하나로 꼽히는 타이탄을 직접 탐사했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여섯 번째 행성으로 목성 다음으로 큰 토성은 환상적인 고리를 갖고 있어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로 꼽힌다.
66년 10개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보고 이후에도 위성이 계속 발견돼 현재는 33개의 위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중에 가장 큰 위성이 바로 타이탄 별인데 여러가지 측면에서 지구와 닮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특히 니트로겐 메탄 아르곤 등으로 구성된 대기권 등 환경 측면에서 38억년 전의 지구와 닮은 꼴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타이탄의 연구를 통해 생명 태동의 단서를 잡을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호이겐스가 채집한 화학성분 자료의 분석을 통해 수십억년 지구에 생명체를 탄생시킨 정보를 제공받는다는 것이 허황된 꿈만은 아닌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33억 달러를 투입해 공동 개발한 카시니-호이겐스호는 지난해 7월 우주 탐사선으로는 처음으로 토성 궤도에 진입한 기록도 세웠다.
NASA가 77년 발사한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는 80년 11월 12일 토성을 지나가며 많은 자료사 사진을 전송해 인류를 흥분케한 바 있다.
보이저 2호도 81년 8월 26일 토성을 지나며 사진 등 자료를 전송해왔다. 그러나 보이저 2호는 토성을 지나쳐 해왕성까지 이르는 등 이들 두 우주 탐사선은 토성만을 탐사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 母船 카시니는 2008년까지 임무 계속
카시니-호이겐스가 우주 탐험을 시작한 것은 7년 여 전인 1997년 10월15일이다. 최초의 토성 탐사선으로서 12개의 과학장비와 핵연료 배터리를 싣고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됐다. 지구를 출발한지 6년 9개월 만인 지난해 7월1일에는 우주 탐사선 사상 처음으로 토성궤도에 진입했고, 12월25일에는 호이겐스가 모선 카시니에서 분리돼 타이탄을 향했다. 호이겐스는 타이탄에 착륙한 후 약 4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하다 소멸됐다. 그러나 모선 카시니는 최소한 2008년 7월까지 4년간 토성 궤도를 돌며 탐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카시니-호이겐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그리고 이탈리아 우주국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NASA는 카시니를, ESA는 호이겐스를, 이탈리아는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 접시 모양의 대형 안테나를 각각 제작했다.
소형 탐사선 호이겐스는 지름 2.7m, 무게 317㎏ 정도로 폭스바겐사의 자동차 비틀(Beetle)과 거의 같은 크기이다. 3개의 낙하산이 부착돼 있으며, 바람의 세기와 기압, 공기 성분, 음향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최대 1,100개까지 이미지를 찍을 수 있는 회전식 카메라 3개가 탑재되어 있다. 명칭은 17세기 타이탄을 처음 발견한 네덜란드 천문학자 크리스찬 호이겐스에서 따왔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 美·유럽우주국, 궤도 진입하자 일제환호/"우주탐사 사상 가장 엄청난 일"
호이겐스의 타이탄 대기권 진입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는 탐사선이 14일 오후 예정대로 궤도에 진입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우주센터에서 탐사선의 궤적을 지켜보던 이들은 오후 8시께 호이겐스가 대기권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들어오자 "막 태어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 같다"며 감격해 했다.
유럽우주국(ESA)의 존 다드워스 박사는 "우주탐사역사상 가장 엄청난 일"이라며 "지금쯤 호이겐스는 대기권내 데이타를 수집하느라 무척 바쁠 것"이라고 가벼운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주센터 안은 여전히 긴장감이 팽팽하다. 과거에도 수 차례 있었듯 가장 중요한 것은 탐사선이 지표면에 무사히 착륙해 제 기능을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탐사선 임무를 담당하는 장 피에르 르브레통 박사는 "대기권에 진입하더라도 착륙할 때까지의 2시간 30분 동안은 안심할 수 없다"며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탐사선의 사진전송을 담당하는 존 자르네키 박사는 탐사선이 수분을 분석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을 강조하며 "이왕이면 물기가 있는 곳에 착륙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수분을 본격적으로 탐사해 전송한 우주탐사선이 지금까지 없었던 데다 수분은 생명체의 존재 및 생명체 탄생기원을 밝히기에 더없이 좋은 호재이기 때문이다.
호이겐스 탐사선이 지표면에 착륙하기까지 모두 3개의 낙하산이 이용됐다.하강속도가 시속 1,600㎞이하로 떨어지는 지표면 상공 180㎞ 지점에서 3개의 낙하산 중 첫번째 낙하산이 펴졌고, 상공 160㎞ 지점에서 두번째 주 낙하산이 열렸다.
이때부터 호이겐스는 매초당 8K 분량의 데이터를 모선에 전송했다. 상공 110㎞ 지점에서 마지막 충격흡수 낙하산이 열린 뒤에는 본격적인 탐사에 돌입했다.
착륙지점이 호수 같은 수분이 있는 지역이면 호이겐스는 수분의 화학성분, 파도의 크기와 강도를 조사하는 것으로 임무가 바뀐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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