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9년 1월15일 런던시 블룸스버리에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 문을 열었다. 대영박물관으로도 일컫는 영국박물관은 의학자 한스 슬론의 고미술 소장품 6만여 점을 영국 정부가 사들여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이 그 효시다. 개관 당시 건물은 몬터규 후작의 저택이었으나, 소장품이 늘어남에 따라 19세기 들어 로버트 스머크의 설계로 오늘날의 모습이 갖춰졌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미술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함께 흔히 세계 4대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영국박물관은 그대로 영국 제국주의 박물관이라고도 할 만하다. 색슨 연대기나 마그나카르타(대헌장)처럼 영국사와 관련된 유산들도 다수 있지만, 소장품의 큰 부분은 식민지나 점령지로부터 약탈하거나 훔치거나 ‘합법적으로 수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박물관 안에는 이집트·아시리아·바빌로니아에서부터 인도·그리스·로마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인류 문화사가 응축돼 있다. 식민주의·제국주의의 두목이었던 영국인들은 다른 약탈자로부터도 문화재를 다시 약탈해 영국박물관에 들여놓았다.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로제타석(石)이 대표적 예다. 본래 로제타석은 1798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이집트 원정 때 프랑스군이 닥치는 대로 약탈한 고대 유물 가운데 하나였으나, 1801년 알렉산드리아 전투에서 영국군이 프랑스군에게서 다시 빼앗아 영국으로 반입했다.
그리스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이 영국 정부에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영국 정부가 이를 단호히 거부하며 내세우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인류의 ‘공동재산’인 이 유물들이 영국에 있을 때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불과 해포 전 영국군(과 미군)의 방치 아래 이라크의 문화유적 일부가 사라지거나 잿더미로 변해버린 걸 보면 말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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