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에서 암호명 ‘M’ 으로 등장하는 영국 첩보기관 총책임자의 실제 모델인 스텔라 리밍턴(70)이 이번 주 미국에서 첩보소설 ‘위험을 무릅쓰고(At Risk)’를 발간했다.
리밍턴은 영국 국내정보국(MI5) 최초의 여성국장(1992~96년 재임)으로 퇴직 후인 2001년 노조 와해 공작 등 첩보기관의 비화를 담은 회고록을 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14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007 시리즈는 놀랍고 재미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지만 실제 정보요원들의 세계와 연결짓기는 힘들지요"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북아일랜드 독립운동단체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저항이 극심했던 시절 정보기관을 총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의 테러리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는 테러조직이 영국에서 등장하자 MI5 정예요원인 여주인공 리즈 칼라일이 놀라운 활약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막아낸다는 스토리다. "예전 KGB 공작원들은 요즘 자살폭탄테러 분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젠틀맨이었습니다. 옛날 테러리스트들은 임무 완수 후 탈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서로 죽이기를 꺼렸고, 이른바 한계선이 분명히 있었지요. 요즘엔 생화학이건 핵 공격이건 그들 자신의 삶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에 대처가 어렵습니다."
그는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을 가장 경계한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미국과 그 우방국들에 대한 증오에서 테러의 동기를 찾고 있을 뿐이지요."
그는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정보국장으로 유명하다. 안가로 쓰던 자택 현관 앞에서 사진기자가 얼굴을 찍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이웃 사람들이 동네가 IRA의 공격 목표가 된다며 이사를 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지금 공개되지 않은 모처에서 살고 있다.
"테러는 이즘(주의)이 아닙니다. 첩보요원이나 군이, 또는 경찰을 통해 근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테러를 유발하는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하지요."
여주인공 칼라일은 007의 제임스 본드보다는 귀여운 노처녀에 가깝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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