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떠나는 주말 -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떠나는 주말 -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입력
2005.01.14 00:00
0 0

불가사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였다. 400년여에 걸쳐 건설된 문화유산, 현대 기술로도 풀기 힘든 난해한 건축양식, 수백년간 밀림속에 버려졌다가 발견된 점 등이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근거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어쩌면 서양문명의 관점에서 동양문명에 대한 폄하가 내포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지 주민들의 생활수준으로 볼 때 그런 문명을 건설할 능력이 있는 지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서양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빈민국 주민이 그들은 꿈도 꾸지 못한 위대한 문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앙코르 여행은 이런 의문을 품고 시작했다. 하지만 불가사의는 없었다. 문명을 조성한 주인공들은 인접 국가와의 무역거래를 통해 사원을 조성할 충분한 부를 쌓았고,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장인들과 공사에 참여할 백성들도 있었다. 물론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문자와 비문도 남겼다. 몇몇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미스터리가 아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에 불과했다. 그들이 남긴 흔적을 좇아 사라진 문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곳은 환상이나 꿈이 아닌 현실의 세계였다.

앙코르는 9세기초 캄보디아의 자야바르만 2세(재위 802~834년)가 세운 국가이다. 유적지에서 40km가량 떨어진 쿨렌산에서 귀족들을 모아놓고 자신을 신격화하는 의식(데바라자)를 가지면서 시작됐다. 시엠레아프강의 원류인 이 곳에는 지금도 당시 강 밑바닥에 새긴 1,000여 개의 링가(남자의 성기)와 요나(여자의 성기)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정화의 상징이다. 앙코르문명은 이처럼 순수의 세상에서 시작됐다.

앙코르와트(캄보디아)=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앙코르문명이 가장 전성기에 달한 것은 12세기. 수리야바르만 2세(재위 1112~1152년)에서 자야바르만 7세(재위 1181~1201년)까지이다. 앙코르 최대의 걸작인 앙코르와트가 수리야바르만 2세때 건설됐다. 언제부터인지 세계7대 불가사의로 불리고 있다. 힌두교의 우주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지구의 중심인 수미산의 다섯 봉우리를 5개의 첨탑으로 표현했다. 대지를 가르는 7개의 바다는 폭 190m 둘레 5.4km의 해자(垓子)에 담겨있다. 특히 사방을 둘러싼 회랑에 새겨진 부조가 압권이다.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등 힌두교의 전설을 삽화처럼 새겼다. 수만개의 돌을 쌓아 조성했지만 바늘이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는 정교함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힌두사원으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불교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유적이 파괴되고, 전쟁을 벌이는 세상 속에서 공존의 미학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70도 경사의 기단을 네다리로 기다시피 해서 중앙탑에 오르니 수도승들이 미소로 반긴다. 실마리는 미소였다. 또 다른 미소를 찾기 위해 앙코르 톰으로 향했다.

앙코르 톰은 자야바르만 7세가 조성한 앙코르왕국의 마지막 수도이다. ‘보석궁전을 감싸 안은 도시’라는 비문의 표현대로 앙코르와트에 견줄만한 유적이다. 하지만 돌조각으로 이뤄진 유적에 보석이 있을 리 만무하다. 도시의 중심 바이욘에서 찾은 보석은 다름아닌 관세음보살의 미소였다. 54개의 탑에 새겨진 사면불(四面佛)이 200개가 넘는다.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 모습이 제각기 다르다. 힌두사원이 대부분인 앙코르유적 한가운데 불교유적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랍다.

공존의 진리는 앙코르 톰 옆에 위치한 타 프롬에서 절정에 달한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조성한 유적이다. 타 프롬으로 들어가는 나그네의 심정은 앙코르유적을 처음 발견한 고고학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서서히 파괴되고 있는 유적의 현장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밀림속에 뿌리를 내린 명주솜나무가 사원 곳곳에 침투, 유적을 무너뜨리고 있다. 나무를 베어버리면 유적마저 파손될 것이 뻔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창조와 파괴는 필연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공존하는 힌두교의 원리를 말해주는 듯 하다.

위대한 왕조가 탄생시킨 앙코르 유적이지만 예술성의 정점을 이룩한 것은 일반인이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유적지에서 북동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반티아이 스레이는 라젠드라바르만 2세(재위 944~968년)가 다스리던 시기에 귀족이 세운 힌두사원. 다른 사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지붕과 회랑마다 새겨진 부조는 앙코르의 수많은 유적 중 최고로 꼽는다. 중앙사당에 조각된 풍만한 가슴의 테바다 여신상이 특히 눈에 띈다. 동양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아름다운 작품이다. 프랑스의 문화부장관을 지낸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이 여신상을 도굴하다가 붙잡힌 일화도 있다. 문화적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포기하고 훔쳐서라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어느 덧 해질 녘이다. 프놈바켕에 섰다. 앙코르문명의 기틀을 마련한 야소바르만 1세(재위 889~910년)가 세운 사원이다. 일몰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앙코르 순례자가 모두 모인 듯 엄청난 인파로 북적댄다. 태양이 밀림사이로 붉은 빛을 토해내며 톤레사프호수 뒤로 넘어간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도 끝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다.

한창만기자

■ 앙코르 유적 여행 | 힌두 신화

앙코르유적은 캄보디아의 조상인 크메르족이 힌두교와 불교사상에 입각, 수백년에 걸쳐 조성한 방대한 유적지이다. 유적지 곳곳에서 다양한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배경을 알지 못하고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특히 사원의 회랑에 새겨진 부조들은 힌두신화와 관련된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앙코르유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힌두신화를 소개한다.

◆ 라마야나

인도의 대표적인 장편서사시. ‘라마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리스신화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 견줄만한 구전이야기로, 기원전 3세기에 발미키가 집대성했다. 힌두교의 선신(善神)인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의 행적을 그렸다. 힌두교의 문학과 종교윤리가 집대성된 책이다.

코살라왕국의 왕자 라마는 비데하의 왕 자나카의 왕궁에서 누구?구부릴 수 없는 시바신의 활을 구부리는 데 성공하고 공주 시타를 아내로 맞이한다. 왕위를 계승해야 할 라마는 계모의 잔꾀로 인해 14년 동안 추방당하고 단다카의 숲에서 살게 된다. 이 때 랑카(지금의 스리랑카)의 왕이자 악마의 화신인 라바나는 시타를 유혹하다 말을 듣지 않자 랑카로 납치한다.

이후 라마는 원숭이의 왕 수그리바와 장군 하누만의 도움으로 랑카로 건너가 라바나를 죽이고 시타를 구해온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앙코르와트 제1회랑 서북쪽, 바이욘 서쪽 회랑, 반티아이 스레이 남쪽 벽, 톰마논 등에 관련 내용이 새겨져 있다.

◆ 마하바라타

시구만 10만 자가 넘는 세계 최대의 장편 서사시이다. 라마야나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문학이다. ‘위대한 바라타'라는 뜻이다. 크루족 왕족의 후예이자 사촌간인 판다바족과 카우라바족이 왕위쟁탈을 둘러싸고 벌인 전쟁을 묘사한 작품이다. 부당하게 왕권을 빼앗긴 판다바족이 비슈누신의 또 다른 화신인 크리슈나의 도움으로 왕위를 차지한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에 나오는 철학, 도덕, 사회제도는 인도는 물론 동남아 전역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앙코르와트 서남쪽 회랑, 바이욘 북쪽 회랑 등.

◆ 유해교반(乳海攪拌)

힌두교의 창세신화로 ‘젖의 바다 휘젓기'라는 뜻이다. 신과 악마가 영생불로의 약인 아므리타(甘露)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끝없는 전쟁에 신과 악마가 지치자 비슈누신이 힘을 합쳐 젖의 바다를 휘저으면 아므리타를 얻을 수 있다며 중재에 나선다. 천년동안 바다를 휘젓는 과정에서 천상의 요정 압살라, 머리 3개 달린 코끼리 아이라바타, 미의 여신 락슈마 등이 탄생한다. 앙코르와트 동남쪽 회랑 전면에 걸쳐 이 장면이 묘사돼있다.

◆ 시바의 명상

힌두교 파괴의 신인 시바신이 히말라야에서 금욕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를 흠모한 파르바티가 사랑의 신인 카마에게 부탁, 시바에게 사랑의 화살을 날린다는 내용이다. 그리스신화의 큐피드신과 이야기전개가 흡사하다. 화살을 맞은 시바신은 화가 나 카마를 재로 만들어버리지만 그 순간 파르바티를 보고 사랑에 빠져 마침내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앙코르와트, 반티아이 쓰레이, 바이욘 등의 부조에서 발견된다.

앙코르와트(캄보디아)=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여행수첩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반도에 속한 나라. 태국,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면적은 남북으로 560km, 동서로 440km가량으로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규모이다. 수도는 프놈펜. 인구는 1,300만여명이며 국민의 90%이상이 소승불교를 믿고 있다. 화폐단위는 리엘(riel). 미화 1달러는 4,000리엘, 1,000리엘이면 한화로 250원가량이다. 시엠레아프 등 관광지에서는 태국의 바트(baht)도 통용된다. 1바트는 한화로 30원.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한국시간이 오전 9시면 캄보디아는 오전 7시. 11월~3월까지가 건기이고 나머지는 우기. 건기때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날씨도 그다지 덥지 않아 여행하기 적합하다.

캄보디아에 입국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1인당 20달러. 현지 공항에서 직접 받을 수도 있지?시간이 지체될 수 있으니 주한 캄보디아대사관 (02-3785-1041)에서 미리 받는 것이 좋다. 3만원.

앙코르유적지 입장권은 1일권 미화 20달러, 3일권 40달러, 일주일권 60달러. 1일권을 제외하고는 입장권에 사진을 부착한다. 사진은 매표소에서 촬영해준다.

현재 한국에서 시엠레아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태국의 방콕이나 베트남을 경유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 방콕에서 차량으로 8~9시간 걸리지만 비행편을 이용하면 1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다. 방콕항공이 매일 4편을 운항한다. 인천에서 방콕공항까지는 5시간30분.

앙코르유적지 인근에는 변변한 고급숙박시설이 없다는 것이 단점. 대부분의 특급호텔은 시엠레아프 시내에 위치,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 왕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난 해 11월 문을 연 르 메르디앙 앙코르호텔이 유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이다. 차량으로 2~3분이면 매표소에 닿는다.

가야여행사는 타이항공, 방콕항공과 방콕항공을 이용, 앙코르유적지와 태국의 유명 휴양지인 파타야를 한꺼번에 둘러보는 4박5일짜리 상품을 134만9,000원에 내놓았다. 체류기간 르 메르디앙 앙코르호텔에서 숙박하며, 전 일정 식사, 입장료, 캄보디아비자 및 공항세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02)536-4200. www.kayatour.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