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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아내에게 감동을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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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아내에게 감동을 주는 선물

입력
2005.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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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4일은 우리 부부가 만나서 같이 살아온 지 43년이 되는 결혼 기념일이었다. 그 동안 넉넉치 못한 형편에 고생만하면서 살아온 아내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생각했다. 고민 끝에 얼마 전 아내가 "날씨가 추워지는데 마땅히 입을 윗도리가 없네"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오랜만에 혼자서 가까운 백화점에 들렀다.

남자 혼자 가기에 영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여기저기 좋은 옷을 구경만 하다 결국 빈손으로 나오고 말았다. 치매로 고생 중이신 장모님 간병 등 이런저런 일로 지난해 8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보니 몇 푼의 수입마저 끊어졌다. 그나마 적은 살림을 더욱 아끼며 살고있는 터라 옷 하나 사는데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가기에는 무엇해서 생각 끝에 노점에서 파는 값싼 옷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왔다. 옷은 결혼기념일에 맞춰 아내에게 전해줄 생각으로 깊이 숨겨 놓았다. 생각해보면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기 보다는 서로간의 사랑만을 믿고 살았던 지난 세월이었다. 우리 부부는 43년 동안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물건을 선물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저 진실한 애정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값진 신뢰와 애정을 확인하며 살아왔다.

한해 전 42회 결혼기념일에는 A5용지 3매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당신을 사랑해’라는 글을 8시간에 걸쳐 2만1,000자를 썼었다. 아내의 감동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지난해 4월 아내의 생일에는 2,000원을 투자해 색종이와 풍선을 사서 색종이는 잘라 타원형으로 붙여 길게 연결하고, 군데군데 풍선을 매달았다. 그런 후 집안 식탁 위에 촛불을 켜놓고 위스키 한잔씩을 마시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에 취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물건으로 선물을 선택한 것이 오히려 낯설고 어색했다. 어떻든 선물의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값비싼 물건보다는 정성과 성의가 담긴 마음을 전하는 게 정말로 가장 고귀하고 값진 선물이 아닐까.

김학록·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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