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맛있는 주말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순간의 선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맛있는 주말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순간의 선택

입력
2005.01.14 00:00
0 0

‘결혼 삼년이니 지지고 볶는다’는 표현처럼 남녀 관계와 요리법은 곧 잘 비유된다. 연애든 결혼 생활이든, 불의 세기를 조절하고 양념을 넣는 요령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되니 이 역시 하나의 긴 요리법이라 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 중 담당 기자가 내게 물었다. "요리와 연애의 공통점은 무엇 인가요?" 나는 주저 않고 ‘타이밍’이라 답했다.

◆ 매운 치킨수프

요리와 연애의 공통점이 타이밍 이라는 것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견이기에 그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다. 매콤한 국물 맛이 정월 추위를 달래줄 수프?소개 한다.

우선 매운 맛을 내기 위해 마늘, 양파, 고추 그리고 대파를 기름에 볶는다. 여기에 닭 가슴살과 토마토를 넣고, 칠리소스로 간을 하며 볶는 것이다. 토마토의 수분이 졸아들 즈음하여 닭 육수와 물을 붓고 끓여 내면 된다. 먼저 매운 재료끼리 볶는 이유는 그 중 어느 하나가 튀지 않게 하기 위함이요, 칠리소스와 닭을 함께 볶는 이유는 알싸한 소스 맛이 닭고기에 폭 베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요리의 각 과정에는 최적의 타이밍이 존재 한다. 초반에 마늘과 고추를 볶는 순간 양파를 잊었다면, 아쉽지만 양파는 끝까지 넣지 않는 것이 낫다. 마늘이며 고추와 따로 노는 양파의 비린내가 끝까지 남을 것이니 말이다. 닭을 볶을 때 토마토를 잊었다 해도 육수를 부은 다음에 부랴부랴 토마토를 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볶으면서 수분을 증발 시키지 못한 토마토 즙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육수와 섞이면 국물 맛이 시어지기 때문이다. 어제 스쳤으면 남남일 인연이 오늘 마주쳐 연분을 이루는 오묘한 관계들처럼, 자고로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 나시고렝

나시고렝은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새우가 들어가서 든든한 한 끼를 보장 하는 메뉴. 앞서 만든 수프처럼 역시 재료를 넣는 타이밍이 중요한 음식이다. 우선 야채와 새우를 볶고, 다진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그 다음에 밥을 섞어 볶는다. 기본 레서피 외에 추가 하고픈 재료가 있다면 브로콜리는 야채를 볶는 초반에, 소시지는 고기를 볶는 중반에 넣으면 되겠다.

야채와 새우가 지져지는 찰라에 비릿한 냄새가 유난히 오른다면, 청주를 한 술 떨구는 ‘순간의 재치’도 빛이 나겠다. 이들 요리 말고도 타이밍을 설명 할 수 있는 메뉴는 너무나 많다. 오븐에서 빼는 순간이 1~2초만 늦어도 까맣게 타기 시작하는 프랑스풍 달걀 과자나 딸기냐 복숭아냐 망설이는 사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젤라틴 디저트 등등 말하자면 끝이 없다. 그래서 훌륭한 요리사는 순간의 선택에 있어 칼 같은 냉정함을 갖추게 된다. 선택의 순간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요리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수한 ‘순간의 선택’들이 이어져 인생을 그려 나간다. 취업을 할까 진학을 할까, 결혼을 할까 혼자 살까, 신라면을 먹을까 진라면을 먹을까 하는 망설임은 죽는 날에도 끝나지 않는다. 그 끝없는 망설임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짬짜면’을 시키는 우유부단한 식객 아닌 도도한 요리사가 되어 자신의 결정에 힘을 실어 볼 일이다. 재작년 겨울밤에 만난 애인과의 결혼을 결심한 필자처럼 말이다. 독신의 자유로움, 십년은 더 이어질 다양한 연애에의 미련한 ‘미련’을 버리고, 레서피가 따로 없는 내 인생은 이렇게 또 한걸음 맛을 더하기에 이른다.

푸드채널 '레드쿡 다이어리' 진행자

◆ 매운 치킨 수프

닭 가슴살 200g, 식용유 혹은 올리브유, 다진 마늘 1작은 술, 양파 70g, 토마토100g, 고추(풋고추나 청양고추 혹은 피망)30~50g, 대파 45g, 칠리소스 1~2 큰 술, 닭 육수 1컵, 물 1컵, 소금, 후추, 파슬리.

1 냄비에 기름을 붓고 달군 다음 마늘, 양파, 고추, 대파를 썰어 넣고 볶는다.

2 1에 한입 크기로 썬 닭과 칠리소스, 크게 다진 토마토를 넣고 토마토 수분이 증발 할 때까지 볶는다.

3 2에 육수와 물을 붓고 끓인다. 월계수 잎이나 바질 같은 허브가 있다면 이 때 넣고 함께 끓여도 좋다.

4 3이 한 소큼 끓으면 소금, 후추로 간하고 다진 파슬리를 뿌려서 완성.

◆ 나시고렝

찬밥 2공기, 다진 돼지고기 100g, 다진 닭고기 100g, 냉동 새우 70g, 홍피망 1개, 다진 마늘 1작은 술, 다진 생강 약간, 양?50g, 간장 1큰 술, 토마토 소스 혹은 케첩 2큰 술, 소금, 후추, 달걀 1개.

1 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 생강, 새우와 채 썬 양파, 피망을 볶는다.

2 1에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넣어 볶는다.

3 2에 간장과 케첩으로 양념을 하고 달걀은 지단을 부쳐 둔다.

4 3에 밥을 넣어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최종 간을 하고 지단을 올리면 완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