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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방송인의 ‘공금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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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방송인의 ‘공금횡령’

입력
2005.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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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방송사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사명감에 불타는 기자정신과, 현실과 타협하는 소시민의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글을 보며 글쓴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한편으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기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신의 글 또는 인터뷰를 보고 읽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 기자는 개인적으론 겸손할 수 있지만, 그의 글(또는 말)을 지지해 주는 수십만 내지 수백만 독자와 시청자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사람이기에 오만할 수 있고 또 오만해야만 한다.

PD는 어떤가? TV 프로그램은 시청료나 광고료로 만들어진다. 그 시청료나 광고료는 수백만 시청자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약 어떤 PD가 하나의 역할에 최적의 인물을 캐스팅하지 않고, 단지 친분이 있다거나 모자란 연기를 자신의 영상미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 엉뚱한 사람을 쓴다면, 그건 직무유기를 넘어서서 세금포탈이며 공금횡령의 막중한 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사실 시청자들은 그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연기력 모자라는 생뚱맞은 연기자들이 국어책 읽는 것을 감수해가며 TV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대본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일부 진행자들이 시간을 때워가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답답해 해야 했다.

연기자는 어떤가? 스스로를 준비하고 체력을 다지고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 채 로비나 하러 다니고, 방송 영화 문화 권력자들과 술이나 마시러 다닌다면, 취재대상인 업체로부터 명품 핸드백을 받은 기자와 다를 바 없다. 자고로 연기 못하는 연기자, 노래 못하는 가수, 캐스팅 못하는 PD,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언은 모두 공금횡령과 부정부패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 이렇게 떠드는 내 모습도 술에 절어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더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해야 겠다.

명로진·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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