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한나라당 의원 기자회견 저지 파문으로 외교통상부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중국의 처사가 무례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과 실정 법을 무시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시도가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13일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외교부는 전날 중국에 공식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청사로 초치, 해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중국측은 회견을 저지하게 된 경위와 국내법 상 근거를 우리 정부에 설명했지만 향후 재발방지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 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두 갈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한 당국자는 "탈북자 보호는 인권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중국의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회견을 강행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중국은 기자회견 사전 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외교부 관계자들이 미리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의원들이 가뜩이나 예민한 탈북자 문제에 대해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이를 둘러싼 한중 관계가 더 꼬이게 됐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중국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 12월 탈북자강제송환 반대운동을 문제 삼아 여야 의원들에게 내정간섭 성격의 압박을 가한 적이 있다. 또 고구려사 왜곡, 탈북자 현황을 중국 현지에서 조사하는 데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한 당국자는 "오만해진 중국의 실체를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알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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