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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생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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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생존 드라마

입력
2005.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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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등 극한상황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했던 인물은 호주의 아드레아스 마하베츠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1979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의식불명 상태에서 방치됐다가 18일 만에 구조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두 번째가 95년 7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15일하고도 17시간 만에 구조된 박승현(당시 19세)양이다. 무너진 콘크리트더미 공간에서 377시간 사투를 벌인 그의 첫마디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오늘이 며칠이에요"였다.

■ 의학계에서는 인간의 극한 생존능력을 보통 ‘3·3·3’으로 설명한다. 공기를 3분 동안 마시지 못하면 목숨을 잃고 물은 3일, 음식은 3개월동안 먹지 않으면 숨진다는 것이다. 호주의 젊은이나 박양은 이런 상식을 완전히 깨버렸다. 단 한 방울의 물도 먹지 않았다는 박양의 말에 의학계는 阜탁鳧피杉? "탈수가 예방되는 최상의 조건 속에 있었다" "빛 차단으로 생체시계가 지연됐다"는 등의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살 수 있다"는 낙천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 남아시아 지진해일 현장에서도 연일 생존드라마가 펼쳐진다. 인도네시아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파도에 휩쓸려 말레이시아 근해에서 표류하다 14일 만에 구조됐다. 반다아체와 스리랑카 해안에서도 70대와 60대 남자가 폐허더미에 깔려있다 13일 만에 목숨을 건졌다. 코코넛 나무에 매달려 열흘을 버티다 구조된 14세 소년도 있고,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바다에서 9일을 견뎌낸 젊은이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신이 도우실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 인류의 대재앙을 보며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과연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신은 있는가" "왜 신은 무고한 인간에게 가혹한 벌을 내리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삶과 죽음은 신의 뜻이며, 각자의 업보"라고 설명한다. 16만명에 가까운 희생자 앞에서 몇 명의 생환기가 얼마나 큰 감흥을 일으킬까. 그럼에도 강한 생명력을 발휘해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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