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J 필름 이승재(40) 대표는 올해 누구보다도 마음이 바쁘다. 그동안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김기덕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 김기덕 브랜드라는 굵직한 성과를 내놓았던 그가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와 비교해 봤을 때, 한국 영화시장의 성장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습니다." 평소에도 누누이 한국시장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던 그다. 때문에 올해 그의 화두는 해외진출. 이익의 30% 이상은 해외에서 가져 올 수 있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우리 영화로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겠다니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 하던 사람들도 올해 이 대표의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다. LJ는 상반기 중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3편을 잇따라 크랭크인한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은 재미교포 그레이스 리 감독의 연출작. 한국영화 최초로 북미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제작되는 이 영화는 재미교포 여성과 한국남자의 러브스토리와 문화충돌을 다룰 예정이다. "북미시장 진출전략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3세계 인구를 겨냥하거나, 언어장벽 낮은 무협액션 등의 장르영화를 내세우거나, 현지의 제3세계 출신 감독과 결합하거나, 우리의 인프라로 우리영화를 현지용으로 리메이크 하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 리 감독 작품의 경우 분류하자면 미국 관객 중 제3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다. "이미 이란 브라질 인도 영화 등이 북미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예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주먹 불끈 쥐며 시작한 일도 아니다. 이 대표는 이미 4,5년 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재미교포 감독들을 물색해 왔다. 그레이스 리 감독 외에도 꾸준히 투자해 온 2, 3 명의 감독이 더 있다고 그는 전한다.
김기덕 감독의 뒤를 잇는 해외영화제 스타를 발굴하려는 시도도 계속된다. 이윤기 감독의 ‘러브토크’와 김판수 감독의 ‘러브하우스’는 해외영화제를 내다보고 제작하는 영화다. "짧게는 3년, 길면 5년 안에 이 둘을 스타감독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스타일이 정반대죠. ‘여자, 정혜’를 만들었던 이감독이 서정적이라면 김 감독은 ‘제2의 김기덕’ ‘먹물 김기덕’이라고 부를 정도로 ‘센’ 성향이죠. 김 감독의 경우는 무모하겠지만 일년에 한 편씩 작품을 만들 예정인데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올해의 계획은 꽤 오랜 투자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란 느낌이 든다. "영화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일이죠. 국제적인 성과를 내려면 스타가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5년은 투자해야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5년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김기덕 영화를 제작하고 해외영화제에 내보낼 때도 다들 말도 안되는 시도라고 했었죠."
하지만 그는 믿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북미 유럽 등지에서 관객을 끌어 모으듯 한국영화가 해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가 가는 새로운 길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건지도 모른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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