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는 초등학교 1학년 경환이를 붙잡고 엄마가 묻는다. "오늘 B 주식의 가격이 오르겠니, 내리겠니?" 아이가 눈만 멀뚱거리자 엄마가 다그친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만 말해 봐." 그러자 아이는 귀찮다는 듯이 "올라요!" 하고선 집을 나선다.
한 달 동안 이같이 물었을 때 과연 며칠이나 맞힐까? 주식이 뭔지조차 모르니 대부분 틀릴 거라고? 그렇지 않다. 주가등락은 동전 던지기나 같으므로 정확히 50%는 아니더라도 대략 반은 맞힌다.
이제 주부 1만명이 제각각 자녀에게 1년간 이 질문을 계속하고, 이 기간에 시장은 오르락내리락 횡보한다고 가정하자. 아이들은 총체적으로 몇 %나 맞힐까? 이 경우는 사람 수도 많고 기간도 긴 까닭에 적중률이 거의 50%다. 이를테면 주사위를 끝없이 던지면 각 숫자의 빈도가 1/6에 근접求? 소위 ‘대수(大數)의 법칙’에 의해서다. 따라서 이 아이들이 만일 실제로 주식을 사고 판다면 거의 본전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이런 논리로 수백만 투자자가 참여하는 주식시장 전체를 보자. 지난 20여년간 장이 대체로 상승했지만 한 발 양보해서 그냥 횡보했다 치자. 그리고 책도 읽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전문가 조언도 구하며 애쓴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또 한번 양보해 보자. 다시 말해 무작정 찍은 코흘리개나 연구를 거듭한 어른들이나 별 차이 없었다고 가정해 보자는 것이다. 이 경우, 사람 수도 훨씬 많고 기간도 훨씬 길기 때문에 ‘거의’도 아닌 ‘딱’ 50%를 맞추고 본전을 했다고 해야 논리적으로 맞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론 어떤가? 십중팔구가 깨졌고,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처럼 떠들썩하게 경제 기업 시황 운운한 끝에 이런 처참한 결과라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단순한 확률론을 갖다 대어 설명하라면 이 집단적, 장기적 투자실패는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예수가 중력의 법칙을 깨고 물 위를 걸었듯이, 우리도 대수의 법칙을 깨고 불가능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정말로 기적적이라 할 만큼 그토록 한결같이 주가의 향방을 우연하게 헛짚어 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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