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가 방학 중 결식 아동들에게 부실한 점심도시락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시는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담당 공무원을 직위해제하고 부랴부랴 도시락의 질을 개선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의 도시락은 시가 시청 구내식당에 위탁한 것으로 누가 봐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식단인 밥도 들어 있지 않을 뿐더러 빈약한 반찬도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들로 음식에 대한 정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담당자가 도시락 뚜껑을 한 번이라도 열어봤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는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도시락 개당 단가 2,500원에서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순수 음식재료 값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 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시는 부대비용을 규정보다 더 많이 지출함으로써 음식재료비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결국 공무원들의 틀에 박힌 복지행정이 ‘결식아동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결식아동에게 격려를 주기는커녕 상처만 준 꼴이 됐다. 이런 현상이 비단 서귀포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전북 군산시에서도 도시락이 부실할 뿐 아니라 배달마저 제때 되지 않아 식은 음식이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결식아동 지원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올 겨울방학부터 급식 지원대상을 25만명으로 크게 늘린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한 끼니에 2,500원으로 책정한 급식 지원비가 과연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 지자체들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식단이 풍족할 수가 없다며 단가를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시락 업체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또래들이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급식소를 통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