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8년 1월13일 프랑스 문필가 샤를 페로가 파리에서 태어났다. 1703년 졸(卒). 페로라는 이름은 어린이 독자들의 귀에 설겠지만, 그가 거위깃털펜을 휘두르며 짜낸 이야기들은 전세계 어린이들의 독서 체험 속에 짙게 녹아 들어 있다. ‘거위아주머니의 이야기들’이라고도 부르는 페로의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들’(1697)은 그 때까지 유럽에 전해져 오던 민담들을 우아한 동화의 틀에 담아내 수많은 어린이들을 정겹고 무섭고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 속으로 이끌었다. 한국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읽히는 ‘신데렐라’ ‘빨간 모자’ ‘푸른 수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장화 신은 고양이’ 따위가 모두 ‘거위아주머니의 이야기들’의 일부다.
어른들의 문학사에서 페로라는 이름은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비평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페로는 그 시기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뒤흔들어놓은 이른바 ‘신구논쟁’(Querelles des An ciens et des Modernes)의 한 가운데 있었다. ‘신구논쟁’이란 고대인과 근대인(17세기 사람), 또는 고대 문학·예술과 근대 문학·예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뛰어난가를 놓고 벌어진, 어찌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논쟁이었다.
그러나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 페로가 ‘루이대왕의 세기’라는 시를 통해, 그리고 ‘고대인과 근대인 비교’라는 논문을 통해 과학과 마찬가지로 예술도 진보할 수 있고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보다 루이14세 시대가 더 위대하다고 주장했을 때, 오래된 것의 권위를 확고히 믿고 있던 동료 아카데미 회원들과 전통적 지식인들은 크게 분노했다. 라신, 라퐁텐, 부알로, 라브뤼에르, 페늘롱 등 당대 주류 지식인들 가운데는 고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지만, 이 신구논쟁은 그 격렬함을 통해 결과적으로 고대의 권위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진보와 상대성의 개념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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