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의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내정이 굳어지면서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조지 W 부시 정부 2기 외교 안보팀의 골격이 짜졌다.
2기 외교 안보팀은 1기에 비해 부시 대통령의 ‘친위 부대’가 전진 배치된 것으로 분석된다. 4년 동안 부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안보회의(NSC)의 콘돌리사 라이스 보좌관과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이 각각 대외정책을 집행하고 조정하는 국무부와 NSC의 책임자에 포진하게 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지침이 곧바로 이행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라이스 장관-로버트 죌릭 부장관-정무 차관-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이어질 국무부 정책 라인은 보다 실용주의적 색채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협상과 국제 관계를 중시하는 컬러를 공유하고 있다. 라이스의 국무부는 해들리 보좌관-마이클 그린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빅터 차 한국·일본 담당 아시아 국장으로 이어지는 NSC 라인과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정책에서 조화된 목소리를 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에 힘이 실리면서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폴 월포위츠 부장관-더글러스 페이스 정책 차관으로 이어지는 국방부 강경파들이 대외 관계에 미치는 목소리는 1기 때보다는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충성파의 전진 배치와 실용주의 노선 강화가 일방주의 정책이나 강경론의 퇴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용주의 노선의 전제는 국익이다. 라이스나 해들리 모두 대외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미국의 국익을 주창해왔다.
매파의 논리를 옹호해온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도 변수다. 국무부 정무 차관 후보로 거론되는 에릭 에델만 터키 대사는 부통령실에서 일한 ‘체니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 강경론자였던 존 볼튼 국무부 군축 안보 담당 차관의 후임에 내정된 로버트 조지프 전 국가안보회의(NSC) 핵확산방지국장도 핵 문제에 대해 거친 소리를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가 NSC에서 라이스 보좌관과 호흡을 맞춰왔던 만큼 볼튼 차관처럼 ‘국무부 내 별동대’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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