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레트로풍(과거에 지향하던 미래의 모습을 재현한 패션 스타일) 의상과 흑백을 연상케 하는 무채색 화면으로 일관하는 복고풍 영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13일 개봉된다. 193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영화는 집채만한 로봇이 세계 대도시들을 무차별 습격하는 ‘만화 같은’ 장면으로 막을 연다. 주인공은 집요한 여기자 폴리(기네스 팰트로), 세계를 구하는 전투기 조종사 스카이 캡틴(쥬드 로), 관능적인 애꾸눈 해군 장교 프랭키 쿡(안젤리나 졸리) 등 3명이다. 이들이 과학자의 실종을 둘러싼 음모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로봇과 우주선 등 갖가지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전형적인 공상과학영화다. 영화 내용 중 ‘과연 가능할까’라고 여겨지는 의문점들을 뽑아 국내 과학자들에게 물었다.
정리=김신영기자 ddalgi@hk.co.kr
Q 스카이 캡틴이 조종하는 전투기는 하늘에서 바다로 돌진, 그대로 잠수함으로 변신한다. 물에 뜰 수 있는 비행기는 많이 봐왔지만, 이처럼 잠수까지 가능한 비행기가 정말 가능할까.
A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잠수함으로 변신이 가능한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가벼워야 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비행기를 만드는 재료의 두께는 수㎜ 정도이고, 잠수함을 만드는 재료의 두께는 비행기의 약 100배에 달합니다. 잠수함이라면 너무 무거워서 비행기가 되기를 포기해야 하고 비행기라면 너무 약해서 잠수함이 될 수 없지요. 물의 밀도는 공기의 밀도보다 900배 정도 큽니다.
따라서 비행기가 속도를 유지한 채 물속으로 다이빙한다는 것은 콘크리트를 향해 돌진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압력입니다. 비행기의 경우 기체 안팎의 압력 차이는 0.8기압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군용기가 아닌 상용기의 경우 기체 안쪽의 압력을 약 2.4㎞ 고도의 압력으로 유지해 줍니다. 물 속에서는 수심 1c마다 1기압이 가중됩니다. 100c 깊이까지 잠수한다면 잠수함 내·외부의 압력차는 10기압입니다. 엄지 손가락 손톱 위에 10ℓ의 물을 올려놓는 셈이죠. 잠수함에게 10기압은 별 것 아닌 압력이지만, 비행기에게 10기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압력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형기그룹 성기정 박사
Q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기지국에서 온 전파를 받아 도시를 파괴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철수하기도 한다. 조종자 없이 전파를 통한 명령체계로만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가능할까.
A‘만약…그렇다면…’ 형태의 네트워크 명령체계를 통해 활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로봇 중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과는 달리 이 영화의 로봇은 외부 전파로 명령을 받아 행동한다는 데서 조금 더 현실에 가깝습니다.
‘만약…그렇다면…’ 형태의 로봇 지능은 메모리가 큰 컴퓨터를 이용해 많은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짜넣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들어 발표한 ‘네트워크 로봇’도 같은 원리입니다.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그 중 몇 개는 명령자의 동작을 인식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이를 분석해 로봇에게 쏘아줍니다. 로봇은 1926년 독일 영화 ‘워킹 로봇’에 처음 등장했는데, 이 때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 로봇 흉내만 낸 것에 불과했습니다. 로봇이 현실 세계에 등장한 것은 1940년대로 인간이 다루기 위험한 원자력을 위한 노예 형태로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까지 만들어졌으니, 영화 속 상상의 존재가 현실화하는데 100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지요.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 최영진 박사
Q 악당 토튼코프 박사가 도시를 파괴한 이유는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은 크기의 캡슐 두 개 때문이다 . 토튼코프 박사가 찾고자 하는 두개의 캡슐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A 유전자, 혹은 미생물이나 홀씨로 보입니다. 생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생물과 홀씨가 유리합니다.
‘두 개의 튜브’, 그리고 ‘씨앗’이라는 말을 통해 유추해보면 새 세계를 열 수 있을만한 유전자 정보를 실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혹은 실제의 유전자들이나 핵, 세포 정도가 될 수 있겠지요.
생명 탄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진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곤 합니다. 진화 원리에 따른다면 세계 어느 곳, 혹은 우주 한 구석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생명 탄생 순간의 모습이 발견된 적은 없습니다.
최근에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부터 떨어진 미생물에서 지구 생명체들이 유래했다는 의견도 대두됐습니다. 지난 해 미국 우주항공국(NASA)?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극에 떨어진 화성 운석에서 미생물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지구상에서 홀씨를 가진 생물 중 우주의 광선이나 전자파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껍데기를 가진 종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유전자 정보보다는 우주에서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이나 홀씨를 캡슐에 담는 것이 ‘지구 밖 세상’을 만드는 데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체연구부 최인표 박사
미생물유전체연구실 김지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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