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만취손님 안전은 종업원 책임"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양범석 판사는 11일 만취한 상태에서 계단을 오르던 손님을 끝까지 부축하지 않아 계단에서 굴러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유흥주점 지배인 강모(29)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4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하던 업소의 계단은 그 수가 16개로 많고 폭이 1.1m로 좁은데다 70도 정도의 급경사인 점, 통상 유흥주점 손님은 다른 곳에서 이미 술을 마시고 오는 경우가 많아 계단을 오르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넘어질 위험이 없는 곳까지 손님을 안전하게 안내해야 할 업무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벌금 전과 외 다른 전과가 없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지하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강씨는 2003년 8월 다른 2명과 함께 양주 3병을 나눠 마시고 귀가하던 정모(당시 35세)씨를 부축하고 계단을 오르던 중 자신의 명함을 갖다 주겠다며 업소 안으로 들어간 사이 정씨가 혼자 계단을 오르다 뒤로 넘어져 뇌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