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 후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실용주의’ 국정운영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 ‘경제 살리기’와 ‘관용의 정치’를 목표로 내세워 과거와 이념 보다는 미래와 실용을 중시하는 새로운 국정 기조를 채택했는데 이 같은 ‘뉴(new) 노무현 전략 지도’는 여전히 유효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 권한 강화를 통한 분권형 국정 운영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박정규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등의 교체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역학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청와대비서실장을 문책하지 않음으로써 두 사람과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을 포함한 당·정·청 여권 핵심 3각축은 그대로 유지됐다.
◆ 실용주의 국정운영 지속 = 노 대통령이 이번 파문의 ‘태풍의 눈’으로 인식돼온 김우식 비서실장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실용주의 노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대내외적 선언이나 다름없다. 김 실장은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보수 언론사 사주들과 경제5단체장 등을 잇따라 만나 "참여정부가 새해에는 경제에 올인 할 것이니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386 측근을 비롯한 일부 참모들이 국민들에게 ‘좌파’ 또는 ‘진보’로 인식되는 바람에 정책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심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김 실장 같은 오른쪽 날개도 활용함으로써 이념 논쟁을 진정시키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내수 경제가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수세력과 대치할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 3각축 중심의 여권 역학 구도 = 노 대통령은 재야 출신인 이해찬 총리와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도 ‘뉴 노무현 전략’을 실천하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오명 과기부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복지부장관 등 분야별 책임 장관들과 더불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책을 실천하는 일을 맡게 된다. 여권 출신 장관들을 견제하면서 대권 논의 조기 가시화를 막는 일도 그의 몫이다.
임 의장은 당내에서 소장파들의 강경론을 제어하면서 합리적 중도 노선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임 의장이 문희상·이광재 의원 등 친노(親盧) 성향 핵심 의원들이 지원을 받으면서 이 같은 기조로 4월 전당대회를 준비할 경우 차기 당 의장도 실용주의에 충실한 중진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우식 실장은 앞으로도 각계의 유력 인사들을 꾸준히 만나는 등 보수 채널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이병완 홍보수석 등은 각각 시민사회,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또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은 대외 관계에서 실용주의를 적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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